‘팔도 생신상 받으세요’…박경리씨 81회 생일

  • 입력 2006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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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팔도 생신상’을 받은 박경리 씨(왼쪽)가 소설가 박완서 씨(오른쪽)가 지켜보는 가운데 손자 김원보 씨와 함께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있다. 원주=김지영  기자
독자들의 ‘팔도 생신상’을 받은 박경리 씨(왼쪽)가 소설가 박완서 씨(오른쪽)가 지켜보는 가운데 손자 김원보 씨와 함께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있다. 원주=김지영 기자
지리산 고사리, 여수 갓김치, 군포 산적, 정선 한과….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81) 씨는 16일 강원 원주시 단구동 옛 집터에 만든 토지문학공원에서 특별한 생일상을 받았다. 인터넷 다음 카페 ‘토지문화관’ 회원들이 박 씨의 81번째 생일(12월 18일)을 맞아 토지문학공원으로 달려와 생일잔치를 마련한 것이다.

요란한 것을 싫어하는 박 씨의 성품을 아는 회원들이 저마다 한 가지씩 직접 만든 음식으로 ‘팔도 생신상’을 차려 냈다. 이날 행사에는 박 씨의 외동딸이자 김지하 시인의 부인인 김영주 토지문화관장, 박 씨의 손자 원보 세희 씨, 소설가 박완서 오정희 씨, 양숙진 현대문학 사장, 시인 나희덕 씨 등 지인 20여 명도 참가했다.

‘토지문화관’ 카페 ID ‘주갑이’ 회원은 “10여 년 전 카페를 만든 뒤 처음으로 선생님을 뵙자 ‘염치없는 사람들’이라고 하셨고 해마다 찾아뵐 때마다 같은 말씀을 하시면서 쑥스러워하셨다”면서 “이번 생신 잔치도 욕을 먹기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함께 축하 노래를 부르고 식사한 뒤 다과를 나누면서 작가와 독자 간의 대화 순으로 진행됐다.

박 씨는 “만원버스에 서 있는 사람이 많은데 혼자 앉아 있는 듯 난처하고 송구스러운 느낌”이라면서 “고마움과 미안함, 행복함과 당황함이 겹친다”고 말했다. ‘토지’를 집필하던 옛집에서 생일잔치를 하니 감회가 새롭다는 박 씨는 “글쓰기로부터 도망칠 순 없을까 늘 고민하면서도 마법에 걸린 것처럼 쓰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글을 쓰지 않았으면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것을 또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완서 씨는 “선생님이 원주에서 꿋꿋하고 당당하게 사시는 것을 보면 힘이 되고 자랑스럽다”고, 오정희 씨는 “큰 선배이자 스승이신 선생님이 저희 곁에 오래도록 계시기를 바란다”고 축하 인사를 했다.

이날 참석한 사람들은 ‘박경리 선생님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종이에 돌려 적으면서 노작가의 건강과 건필을 기원했다.

원주=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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