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션버그의 단독전이 국내에서 대규모로 열리는 것은 처음인데도 익숙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평론가는 “국내 젊은 작가들이 비슷한 시도를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라우션버그는 1950년대부터 소재와 방식에서 혁신적인 실험을 시도했다. 당시 추상표현주의의 엄숙함에 반발해 길거리에서 주운 물건, 화장지, 흙, 나뭇잎 등을 미술로 끌어들였다. 작품 방식도 자동차 바퀴를 종이 위에 굴리기도 했고, 사진 회화 조각 실크스크린 프린팅을 결합하기도 했다.
전시작은 거울 처리된 알루미늄과 에나멜 알루미늄 평면에 아크릴 물감으로 충동적인 붓질을 한 뒤 동물 사진을 전사 처리한 ‘매스터 패스처(master pasture)’, 피라미드와 낙타 사진, 도로 표지판을 나란히 평면에 붙인 ‘데저트 칠(desert chill)’, 실크 바탕 위에 신문 잡지 사진을 콜라주로 붙인 ‘모니터’, 일상 풍경을 다층적으로 대비시킨 ‘쿼터스(quarters)’ 등이다.
그의 작품은 제작 기법과 시기에 따라 몇 개 시리즈로 나뉜다. ‘매스터 패스처’ ‘데저트 칠’은 1988∼95년 밝은 아크릴 물감을 알루미늄 표면에 칠한 ‘어번 버번’ 시리즈로 분류된다. ‘쿼터스’는 1995∼97년 식물 염료의 프린트 이미지를 여러 재료의 화면에 옮긴 ‘애너그램’ 시리즈에 속한다. 2004년 이후 그는 미국 뉴욕과 플로리다의 중첩된 이미지를 플라스틱 위에 표현한 ‘시나리오’ 시리즈 최신작을 선보이고 있다.
1970년∼2000년대 작품 20여 점을 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7일까지. 02-734-6111
허 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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