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禮人不答(예인부답), 反其敬(반기경)’이라는 말이 있다. ‘禮’는 원래 ‘예, 예의, 예절’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예를 갖추다’로 사용된다. ‘敬禮(경례)’는 ‘공경하는 예의를 갖추다’라는 말이다. ‘국기에 대하여 敬禮!’라는 말은 ‘국기에 대하여 공경하는 예의를 갖추시오!’라는 말이다. ‘人’은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문장에서는 대개 ‘다른 사람, 상대방’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므로 ‘禮人’은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다’라는 의미가 된다.
‘不’의 원래 발음은 ‘불’이지만 다음에 나오는 말이 ‘ㄷ, ㅈ’으로 시작되면 ‘부’로 읽는다. ‘答’은 ‘ㄷ’으로 시작되므로 ‘不答’은 ‘부답’으로 읽는다. ‘不正’을 ‘부정’으로 읽는 것도 ‘正’이 ‘ㅈ’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答’은 ‘대답하다, 응하다’라는 뜻이다. ‘禮人不答’은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었으나 대답이 없다’라는 말이 된다.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었으나, 상대방이 이에 적절한 응답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된다. ‘反’은 ‘되돌아보다, 반성하다’라는 말이다. ‘其’는 ‘그’라는 뜻이고, ‘敬’은 ‘공경하다’라는 뜻이다. ‘反其敬’은 ‘그 공경심을 되돌아 보라’는 말이 된다.
정리하면 ‘禮人不答, 反其敬’은 예의를 갖추었는데도 상대방이 이에 대한 응답을 하지 않으면, 예의를 행했을 때의 자신의 행동이 진정으로 상대를 공경하는 자세였는지를 반성하라는 말이 된다. 어떤 일이든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는 사람에게는 항상 반성이 있고, 풍성한 심성이 자리 잡는다. 타인에게서 과오를 찾으려는 사람에게는 항상 미움만이 싹튼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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