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의 대부’ 신중현(66)의 은퇴 콘서트 ‘내 기타는 잠들지 않는다’의 마지막 서울 공연은 완벽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다. 언제 쓰러질지 모를 정도로 그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고 반주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도 않았지만 중년의 관객들은 “신중현”을 연발했다.
그는 ‘빗속의 여인’, ‘커피 한 잔’, ‘봄비’, ‘님은 먼 곳에’를 은퇴 콘서트인지 아닌지 의아할 정도로 힘주어 불렀다. 청바지 차림의 중년 부부, 아기를 안고 온 아줌마들은 그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듯 목청 높여 따라 불렀다.
노장은 콘서트 내내 혼자서 기타와 씨름하듯 연주를 펼쳤다. ‘커피 한 잔’, ‘미인’, ‘아름다운 강산’, ‘리듬 속의 그 춤을’ 같은 노래에서는 오랜 벗을 만난 듯 흥겨웠지만 ‘님은 먼 곳에’. ‘봄비’ ‘석양’ 같은 곡에서는 한평생의 설움이 복받친 듯 눈을 감은 채 무대를 왔다갔다하며 기타를 튕겼다.
기타와 1분 1초도 떨어지기 싫었는지 그는 관객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손가락을 기타에 얹어 끊임없이 연주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3형제와 아버지의 협연 무대. ‘시나위’의 신대철을 비롯해 윤철, 석철 등 3형제와 아버지는 ‘내가 쏜 위성’, 최대 히트곡 ‘미인’을 연주했다. 후배 가수 신효범과 인순이는 ‘님아’와 ‘첫사랑’을 불렀다.
7월 인천을 시작으로 9월 대구, 10월 제주, 12월 초 광주로 이어지던 그의 은퇴 콘서트는 이제 끝이 났다. 2시간 40분의 공연이 끝나자마자 찬바람이 다시 불어왔다.
그가 앙코르곡으로 ‘가을 나그네’를 부르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또 다시 “신중현”을 연발했다. 그의 말대로 그는 나그네가 돼 떠났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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