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기타는 잠들지 않는다…신중현 은퇴 콘서트

  • 입력 2006년 12월 18일 03시 18분


‘록의 대부’ 신중현이 17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은퇴 콘서트 ‘내 기타는 잠들지 않는다’에서 열창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록의 대부’ 신중현이 17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은퇴 콘서트 ‘내 기타는 잠들지 않는다’에서 열창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5척 단구’ 백발 노장이 흰 정장을 입고 기타를 멘 채 나타났다. 함박눈 때문인지 4000명도 안 되는 관중석 사이로 찬 바람이 일었다. 모든 것이 서글퍼 보였던 17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그러나 답은 역시 기타였다.》

‘록의 대부’ 신중현(66)의 은퇴 콘서트 ‘내 기타는 잠들지 않는다’의 마지막 서울 공연은 완벽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다. 언제 쓰러질지 모를 정도로 그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고 반주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도 않았지만 중년의 관객들은 “신중현”을 연발했다.

그는 ‘빗속의 여인’, ‘커피 한 잔’, ‘봄비’, ‘님은 먼 곳에’를 은퇴 콘서트인지 아닌지 의아할 정도로 힘주어 불렀다. 청바지 차림의 중년 부부, 아기를 안고 온 아줌마들은 그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듯 목청 높여 따라 불렀다.

노장은 콘서트 내내 혼자서 기타와 씨름하듯 연주를 펼쳤다. ‘커피 한 잔’, ‘미인’, ‘아름다운 강산’, ‘리듬 속의 그 춤을’ 같은 노래에서는 오랜 벗을 만난 듯 흥겨웠지만 ‘님은 먼 곳에’. ‘봄비’ ‘석양’ 같은 곡에서는 한평생의 설움이 복받친 듯 눈을 감은 채 무대를 왔다갔다하며 기타를 튕겼다.

기타와 1분 1초도 떨어지기 싫었는지 그는 관객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손가락을 기타에 얹어 끊임없이 연주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3형제와 아버지의 협연 무대. ‘시나위’의 신대철을 비롯해 윤철, 석철 등 3형제와 아버지는 ‘내가 쏜 위성’, 최대 히트곡 ‘미인’을 연주했다. 후배 가수 신효범과 인순이는 ‘님아’와 ‘첫사랑’을 불렀다.

7월 인천을 시작으로 9월 대구, 10월 제주, 12월 초 광주로 이어지던 그의 은퇴 콘서트는 이제 끝이 났다. 2시간 40분의 공연이 끝나자마자 찬바람이 다시 불어왔다.

그가 앙코르곡으로 ‘가을 나그네’를 부르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또 다시 “신중현”을 연발했다. 그의 말대로 그는 나그네가 돼 떠났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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