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정수]경주와 앙코르와트의 만남

  • 입력 2006년 12월 19일 02시 56분


문화는 인간답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요소이다. 오늘날 사회발전을 이끄는 소프트파워의 핵심이기도 하다. 지방화 시대를 맞아 발전을 추구하는 지방자치단체마다 경쟁력 강화의 중심에 문화를 내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정부가 주도한 문화교류

최근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앙코르와트 유적지에서 경북도와 캄보디아 정부 공동 주최로 ‘앙코르-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06’이 개막됐다. ‘오래된 미래-동양의 신비’를 주제로 내년 1월 9일까지 28개국이 참가해 각종 문화행사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2003년 경주 문화엑스포에 전통무용단을 참가시켰던 캄보디아 정부가 문화유산을 테마로 하는 엑스포 성공에 고무돼 경북도에 공동 개최를 제의해 이뤄졌다.

앙코르-경주 문화엑스포는 소프트파워 시대에 요청되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주도한 행사라는 점이다. 전통적인 국제관계에서는 중앙정부가 국가를 대표하곤 했다. 그러나 세계화와 지방화 추세에 따라 이제 지방정부도 국제무대에서 일정 부분 독자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 요청된다. 경북도가 해외에서 외국 정부와 공동으로 대규모 문화박람회를 개최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지방정부의 대외적 역량 강화라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무역이나 산업이 아닌 문화를 주제로 삼았다는 점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문화는 사람의 마음에 기쁨과 감동을 줄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정체성 확립 및 대외적 위상 제고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의 한류 열풍에서 보듯이 문화는 한 나라 혹은 지역의 브랜드파워를 높이는 데 어떤 방법보다도 효과적이다. 경북도가 1000년의 역사를 가진 신라를 집중 소개한 것은 지역특성이 녹아 있는 고유 문화콘텐츠를 개발·활용하려는 적극적인 정책 의지를 잘 드러냈다.

셋째, 일방적인 문화수출보다는 문화교류의 장으로서 마련됐다는 점이다. 상업적 이윤추구만을 목표로 하는 일방적 문화상품 수출 시도는 상대국으로부터 거부감을 사고 역효과를 초래하기 쉽다. 문화교류를 통해 상호이해가 증진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경제교류가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수 있다. 한국과 캄보디아의 수교 10주년을 맞아 문화박람회가 공동 개최됐다는 사실은 양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상호 이해를 촉진하는 좋은 기회이다.

넷째, 한국의 첨단 문화기술(CT·Culture Technology)이 소개됐다는 점이다. 행사장에서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수출하는 3D 영상물 ‘천마의 꿈-화랑영웅 기파랑전’과 캄보디아 크메르제국의 자야바르만 7세의 삶을 다룬 ‘위대한 황제’가 매일 5회씩 교대 상영된다. 위대한 황제 역시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제작을 대행한 작품이어서 한국 디지털영상기술의 높은 수준을 과시한 셈이다.

경제논리보다 장기적 관심을

문화와 소프트파워 진흥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적으로 추구해야 할 최우선 과제 중 하나이다. 앙코르-경주 문화엑스포가 얼마나 성공적인 문화박람회로 기록될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문화에 대한 투자는 회임기간이 길기 때문에 단기적인 손익만을 가지고 조급하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문화교류의 효과를 단지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측정하는 것도 곤란하다.

분명한 사실은 이번 행사가 국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능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그 열매가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모습으로 맺힐지는 좀 더 장기적인 시각에서 지켜봐야 한다.

김정수 한양대 교수·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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