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의 선구자 조택원’ 타계 30주기 화보집

  • 입력 2006년 12월 22일 03시 01분


서울 남산 국립극장 앞마당에는 춤을 추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기념비가 서 있다. 강선영 등 원로들이 주축이 돼 무용가 1400명이 자발적으로 십시일반 비용을 마련해 1996년 세운 국내 최초의 춤비다. 이 비의 주인공은 바로 최승희와 함께 근대 신무용의 대가로 꼽히는 조택원(1907∼1976)이다.

올해 그의 30주기를 맞아 춤 자료관인 연낙재의 성기숙(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관장이 화보집 ‘춤의 선구자 조택원’(댄스포럼)을 펴냈다.

성 관장은 월간 ‘춤’의 발행인 조동화 대표가 평생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유족과 지인들이 소장하고 있던 사진, 직접 일본에 가서 수집한 자료 등 700여 점의 사진과 신문 잡지에 실렸던 기사 등을 이 책에 수록했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인 조택원은 상업은행 소속 테니스선수로 명성을 날리다가 우연히 일본 무용계의 거장 이시이 바쿠(石井漠)의 춤을 보고 반해 당시 남자로서는 택하기 힘든 무용의 길에 접어들었다. 이후 일본 도쿄에 유학해 최승희와 나란히 이시이 바쿠 무용연구소에서 춤을 배웠다. 귀국 후 조택원은 무용연구소를 개설해 무용 발전에 이바지했으며 1937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했다. 광복 직후에는 미국의 유명한 현대무용가 겸 안무가 루스 세인트 데니스의 지원으로 미국 순회공연을 하는 등 우리 춤을 서양에 알리는 데도 공헌했다.

성 관장은 “조택원 선생은 일본인을 통해 서양의 현대무용을 접했지만 우리의 전통과 조화시켜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정립했고 처음으로 무용극이라는 양식을 정립해 한국춤의 새로운 공연미학을 제시한 춤의 선구자”라며 “내년 탄생 100주년을 맞아 조택원 자료 전시회 등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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