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열자
음식 찌꺼기 엇섞여
뻘뻘 땀 흘리며 썩고 있는 중이다
아, 그런데 놀라워라
좌불한 스님처럼 그 속에 천연덕스레 앉아
싹 틔우고 있는 감자알
통 속이 일순 광배 두른 듯 환해지네
저 푸른 꽃
캄캄한 악취에도
육탈하는 것 따뜻하게 천도하는
저것이 바로 생불
- 시집 '사랑은 바닥을 쳤다'(천년의시작) 중에서
나도 저 스님을 본 적이 있다. 얼핏 보면 우락부락한 두상이 한 주먹 하게 생겼어도 속내는 그게 아니다. 썰어도 썰어도 뼈 하나 없는 무골호인이다. 젊은 날 데굴데굴 굴러다닌 이력도 있는 모양이지만, 이제는 어디든 멈추면 멈추는 대로 천 년 선정에 들고야 만다. 그곳이 비닐봉지 속 캄캄한 토굴이건, 시끄러운 저자거리든 가리지 않는다. 웬 스님이 그리 생식력이 좋으신지 석 달 동안거에 비실비실 마른 궁둥이를 쪼개어 밭에 묻으면, 해마다 뽀오얀 동자승들이 와글와글 나온다. 삶보다 더한 경전이 있는가, 푸르지 않으면 경전이 아니다.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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