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재동 ‘콩 사랑’(02-747-1316)은 남운철(54) 김영순(52) 씨 부부의 오롯한 정(情)이 넘치는 곳이다. 내년에 결혼 30주년을 맞는 이들은 1993년 두부와 인연을 맺었다. 두부 전문점은 참살이 열풍으로 크게 늘어났지만 당시에는 서울에서 손꼽을 정도였다.
십수 년이 지났지만 이곳의 아침 풍경은 바뀐 것이 없다. 남편이 일찍 콩을 갈아주면, 눈썰미 좋은 아내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를 만든다.
○ 주인장의 말
▽남운철 씨=의류업을 하다 1983년 군부대 ‘함바 식당’을 시작했다. 두부 전문점을 낸 뒤에는 내가 콩을 사고 가는 일을 했고, 아내가 두부를 만들었다. 두부는 우선 콩 맛이다. 그래서 수입된 것보다는 비싸지만 강원도나 경기 연천, 파주 일대의 국산 콩을 쓴다.
여름에는 10시간, 겨울에는 14∼15시간 깨끗한 물에 콩을 불린 뒤 아침에 간다. 콩을 갈면 두유와 비지로 분리되는 데 두유를 1시간 정도 끓인다. 다음은 집사람에게 들어라. 두부 만들기는 아내가 ‘선수’다. 나도 가끔 두부를 만드는데 집사람 두부와는 차원이 다르다.
▽김영순 씨=두부 맛은 99%가 재료인 콩과 간수에 달려 있다. 처음에는 간수를 구하러 동해안을 찾아 다녔지만 요즘은 청정간수가 나와 그걸 쓰고 있다. 나머지 1%가 간수의 양과 푸는 방법과 같은 ‘손맛’이다. 이 미묘한 차이에 따라 두부 맛이 하늘과 땅이다. 간수를 많이 쓰면 두부가 딱딱해지고. 적게 넣으면 두부의 고소한 맛이 없어지면서 쉽게 풀어진다.
○ 주인장과 식객의 대화
▽식객=두부 맛이 고소하고 부드럽습니다. 우유 맛이 나는 느낌입니다.
▽김=두유에 적당량의 간수를 넣은 뒤 살살 쓰다듬듯 부드럽게 저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알갱이가 많아지고 맛이 거칠거든요. 쉬워 보이지만 제 맛 내려면 눈물나도록 고생하는 게 두부입니다.
▽식=두부전골에 아구와 낙지를 넣는 이유는 뭡니까.
▽김=두부에 맞는 부드러운 맛과 색, 촉감이 있어요. 처음에는 동태를 넣었는데 아구와 궁합이 더 좋더라고요. 여기에 사골 육수를 쓰죠. 멸치와 다시마 육수는 깔끔한 반면 사골은 깊은 맛이 납니다.
▽식=알콩달콩이라는 말이 따로 없습니다.
▽남=‘먹는장사’는 마누라 없이 안 된다는 말이 맞더군요. 집사람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그래도 마음만은 알콜달콩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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