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황 막고굴 벽화, 유적 빈사 위기

  • 입력 2006년 12월 24일 16시 54분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 등록 세계문화유산이자 중국 3개 석굴 중 하나인 둔황(敦煌)의 막고굴(莫高窟)이 빈사 위기에 있다고 중국경제시보가 22일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급격한 둔황지역의 생태 변화와 문화재 관리 부실로 현존하는 막고굴의 492개 동굴 가운데 절반 이상의 벽화와 채색 불상이 크게 훼손된 상태라고 전했다.

서기 366년부터 13세기 중엽까지 1000년간 건설된 막고굴엔 2000여개의 채색 소조상과 4만㎡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현재 벽화와 소조상의 그림은 변색되거나 일부가 떨어져나가고 벽에 붙어있더라도 소금기가 일고 부풀어 오른 곳이 많아 언제 떨어져나갈지 모르는 상태다.

또 무차별적인 간벌과 방목으로 얼마 남지 않은 방사림마저 크게 줄어 호수까지 말라가고 있다.

'고비사막의 진주'라는 뜻을 가진 '한하이(瀚海)명주'로 불리는 월아천(月牙泉)은 "아무리 비가 내리지 않아도 절대 마르지 않는다"는 전설과는 달리 최근 연못 자체가 사라질 위기다.

1960년대 최대수심 10m, 20무(畝·약 4033평) 크기이던 월아천은 현재 물이 계속 줄어 수심이 2m까지 떨어졌고, 호수 면적도 8무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둔황 유적이 위기에 처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얼마 되지 않는 삼림을 마구 베어냈기 때문이다. 둔황 시는 1996년부터 3년간 1650만 무(약 33만여 평)의 삼림 간벌을 허가했다.

1만 무가 넘는 유명한 '양관(陽關)수림'은 최근 몇 년 새 불법 간벌로 3분의 1 이상이 사라졌다. 70여개에 이르는 목재공장들이 남몰래 나무를 베어 내다 팔았기 때문이다.

새로 조성한 수백 무의 방호림(防護林)은 다 자라기도 전에 방목하는 양들이 나무의 껍질을 뜯어먹는 바람에 모두 말라죽었다.

현지 임업 파출소의 한 직원은 "불법 간벌한 목재 운반 차량을 적발해도 시 고위 간부의 간섭으로 그냥 눈감아줘야 한다"며 간부의 부패가 무차별 간벌의 원인임을 시사했다.

막고굴은 깐수(甘肅) 성 둔황 시 남동쪽 20㎞의 명사산(鳴沙山) 기슭에 있는 불교유적으로 492개의 동굴 가운데 벽화가 있는 동굴은 469개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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