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대하소설' 외면, 日소설 탐닉

요즘 대학생들은 전통적으로 인기를 누렸던 대하소설 대신 일본 소설을 많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가 최근 서울 소재 대학 13곳에 의뢰해 중앙도서관(연세대는 구내서점 판매순위)의 2006년 1-11월 대출 순위를 조사한 결과, 일본 소설의 약진이 두드러졌고 대하소설이나 최근 인기가 높았던 판타지 소설은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대학 관계자들은 "요즘 대학생들은 신선한 소재와 감각적인 문체를 무기로 내세운 일본 소설에 큰 흥미를 느끼는 반면 상대적으로 호흡이 긴 대하소설에서는 예전 대학생들처럼 매력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日소설 대출상위 휩쓸어

경희대에서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의사와 환자들이 벌이는 요절복통 사건을 그린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4위),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6위), 에쿠니 가오리의 `울 준비는 되어 있다'(8위), `반짝반짝 빛나는'(9위) 등 4편의 일본 소설이 대출 순위 10위권에 올랐다.

고려대에서도 츠지 히토나리의 `냉정과 열정사이 Blu'(5위), `키친'(6위),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 Rosso'(8위)와 `낙하하는 저녁'(9위) 등 4편이, 숙명여대에서도 카타야마 코이치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1위)을 비롯한 4편이 10위 안에 포함됐다.

건국대와, 성균관대에서는 각각 3권이, 서강대와 한양대에서도 각각 2권이 대출10위권에 올랐으며, 일본 소설이 10위에 들지 못한 곳은 중앙대와 한국외국어대(서울ㆍ용인캠퍼스) 두 곳뿐이었다.

서울대의 경우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엽감는 새'(1권)가 3위에 오른 가운데 공대생들이 많이 빌려 보는 `일반화학실험'(대한화학회)이 1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 고개숙인 대하소설

대하소설이 대출(판매) 종합 순위에서 10위 안에 한 작품이라도 이름을 올린 곳은 중앙대, 건국대, 한국외대 등 3곳뿐이었다.

중앙대에서는 조정래의 `한강'이 7위를 차지했고 건국대와 한국외대에는 `한강'이 1위와 9위에 올랐다.

이화여대의 문학분야 대출 순위에서도 박경리의 `토지'(2위)와 조정래의 `한강'(4위) 등 4편의 대하소설이 10위권 안에 들었지만 이 학교는 분야를 통합한 종합 순위를 집계하지 않아 큰 의미를 둘 수 없다.

또 중앙대와 건국대, 한국외대, 이화여대 모두 대하소설의 각 권(券)의 대출실적을 모두 합쳐 순위를 매겼기 때문에 대하소설의 실제 인기는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한양대에서는 대하소설이 10위 안에 한 작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한 때 대학가에서 인기가 높았던 판타지 소설도 일부 대학에서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 `묵향', `비뢰도' 등 몇몇 작품만 10위권에 이름을 올려 퇴조 현상이 뚜렷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