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내가 뽑은 올 최고-최악 영화

  • 입력 2006년 12월 2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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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300편 남짓한 국내외 영화가 개봉됐다. 그중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영화도 있었고, 나를 포복절도하게 만든 영화도 있었다. 나를 화나게 하거나, 하염없이 졸게 만든 영화도 있었다. 올해 국내 개봉된 영화들 중 100% 주관적인 나의 잣대를 들이댈 때 각 분야 최고(또는 최악)로 손꼽을 만한 영화들을 이미지 중심으로 단순·대담하게 밝혀 봤다.

①최고의 S라인=‘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포스터에서 문소리가 책상에 앉은 채 빚어내는 이기적인 S라인(사진1). 탄력은 없으나 어딘지 무지막지해 보이는 매력이 있다. 또 ‘누가 그녀와 잤을까’ 포스터용으로 김사랑이 취한 S라인. 섹시하진 않지만 애를 쓴 흔적이 뚜렷하다.

②최고로 가식적인 표정=‘데이지’에서 전지현이 짓는 커피 CF 같은 표정(사진2). ‘난 순진해서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듯한 표정은 백치미를 넘어 감정의 진공 상태를 만든다. ‘중천’에서 김태희가 시도 때도 없이 짓는 표정도 전지현과 맞먹는 ‘순진무구 추구형’. 속에는 능구렁이 스무 마리를 키우면서도 겉으론 어리고 귀여운 표정을 짓는 데에 일가견을 보이는 할리우드 아역 배우 다코타 패닝이 ‘드리머’에서 보여 준 표정도 빼놓을 수 없다.

③최고로 유치한 영화 제목=‘마이 캡틴 김대출’(김대출이란 이름도 그러한데 ‘캡틴’이란 단순한 영어단어까지?) ‘백만장자의 첫사랑’(‘첫사랑’이란 뻔한 단어에다가 ‘백만장자’라는 더 뻔한 단어의 환상적 조합?) ‘한반도’(차라리 제목을 ‘대∼한민국’이라고 하지…).

④최고로 알쏭달쏭한 영화 제목=‘콘스탄트 가드너’(도대체 뭔 말이야?) ‘러닝 스케어드’(혹시 마라톤 영화?) ‘도마뱀’(혹시 동물 다큐멘터리?) ‘연리지’(혹시 마일리지와 무슨 연관이라도?) ‘모노폴리’(혹시 경제학 석사 논문 제목?).

⑤최고의 패션=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 ‘이온 플럭스’에서 샤를리즈 테론이 선보인 여전사 패션. 깊이 파인 스커트 사이로 살짝 얼굴을 내미는 가터벨트가 압권.

⑥최고로 불학무식한 캐릭터=‘야수’에서 시커먼 얼굴의 형사로 나왔던 권상우. 이 영화에서 그는 별다른 섬세한 감정 표현 없이 주먹질과 발길질로 점철된 굉장히 일관된 캐릭터를 보여 준다. 대사도 “야이, ××야” 같은 욕이 80%.

⑦최고로 가슴 아픈 캐릭터=아, 장동건. 신이 빚어낸 얼굴을 가진 장동건이 ‘무극’에서 일자무식에다 꾀죄죄한 얼굴의 노예 ‘쿤룬’으로 등장한 모습. 여기서 장동건은 네 ‘발’로 마구 뛰는가 하면, 주인님이 하늘로 던져 올린 고깃덩이를 낚아채 마구 씹어 먹는 굴욕적인 모습을….

⑧최고로 관객의 허를 찌르는 영화=‘흡혈형사 나도열’(안 웃기는 김수로?) ‘007 카지노 로얄’(머리는 안 쓰고 힘만 쓰는 제임스 본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인기 스타 정지훈을 주연으로 해 이토록 난해하고 졸리는 영화를?).

⑨제목과 정반대인 영화=대만 차이밍량 감독의 ‘흔들리는 구름’(사진3·서정적인 제목과 달리 초지일관 야한 영화), 샤론 스톤 주연의 ‘원초적 본능 2’(야한 제목과 달리 초지일관 서정적인 영화).

⑩제목과 똑같은 영화=‘생 날선생’(진짜 생 날로 먹으려 드는 영화), ‘사생결단’(진짜 사생결단 내는 영화), ‘짝패’(진짜 주인공 두 명이 짝을 이루는 영화).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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