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작은 일에 감사하는 큰 마음을 가진 사람들

  • 입력 2006년 12월 28일 03시 05분


몇 년 전 충북 옥천군 이원에서 교회를 담임할 때의 일이다. 옥천에 있는 한 병원에서 병원선교를 했다. 원장님의 배려로 조그만 공간을 마련해 입원환자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그곳에 모여 게임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찌는 듯한 어느 여름날 병원에 도착해 땀을 식히고 있노라니 링거병을 들고 환자들이 한 분 한 분 들어오신다. 무슨 공연을 하는 것도 아닌데 아픈 몸을 이끌고 오시는 것이 너무나 고마웠다. 여름 행사로 2주간을 찾아오지 않아서인지 많은 분이 퇴원을 하셨고 모르는 분도 많았다.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저마다 쑥스러워 하시면서도 소개를 한다. 비록 오늘 처음 만난 분이 더 많지만 우리 단원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이 마치 10년 지기와도 같이 정겹고 아름답다. 대부분 멀리서 오신 분들이라 거의 혼자였고, 그래서인지 더욱 외로워 보였다.

옆에 계신 할아버지에게 여쭈었다. “할아버지, 집이 멀어서 자녀 분들이 자주 못 오시겠네요?” “예, 모두가 바쁜데…내가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문득 내 어머니가 생각난다. 어머니도 지금 입원 중이시다. 멀다는 핑계로 가 뵌 지가 참 오래되었다. “얘, 안 와도 된다. 오지 마라.” 진심이 아닌 줄 알면서 난 뻔뻔하게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심훈 선생이 감옥에서 어머니에게 쓴 편지가 생각난다. “어머니 우리가 이렇게 기도를 한다고 내일 독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가 이렇게 기도를 해도 내일 옥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마음을 합하는 것처럼 큰 힘은 없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 큰 힘을 믿고 있습니다.” 작별의 시간, “자주 오세요, 맛있게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연방 인사를 한다.

사람들은 많은 것을 좋아한다. 많이 받아야 좋고, 많이 줘야 좋은 것으로 안다. 그래서 더 많이 갖기 위해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그러나 적은 것에 감사하는 사람들도 있다. 보잘것없는 것에 기뻐한다. 우리가 만난 사람들, 그들은 적은 것에 감사하고, 적은 것에 감동하고, 적은 것에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다.

주여! 우리에게도 적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주소서.

백승열 사관·구세군광명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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