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한국이 테스트 마켓?… ‘청소부 밥’ 번역서부터 출간

  • 입력 2006년 12월 29일 03시 00분


문화상품에서도 한국이 테스트 마켓(Test Market)이 될 수 있을까.

정보기술(IT) 발달과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 성향 덕분에 세계적 자동차 및 가전제품 제작업체들이 한국을 신상품의 성패를 가늠해 보는 테스트 마켓으로 삼는 일이 잦다. 최근 우화형 자기계발서 시장에서도 그 같은 움직임이 시작됐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는 우화형 자기계발서인 ‘청소부 밥’을 미국의 원서 출간 예정일보다 9개월 앞서 한국에서 펴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크루스 앳 워크’ 회장인 레이 힐버트 등이 쓴 이 책은 미국에서는 내년 7월 토머스 넬슨 출판사가 ‘The Janitor’라는 제목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세계 최초로 11월 중순 한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한 달 만에 11만5000여 부가 팔렸고 28일 현재 인터넷서점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에서 모두 종합베스트셀러 2위에 올라 있다.

번역서는 해당 국가에서 먼저 출간된 원서의 시장 반응을 본 뒤 펴내거나 유명 저자일 경우 원서와 동시 출간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번역서가 이처럼 본국보다 앞서 출간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 책의 저자들이 한국을 세계 첫 출간지로 선택한 까닭은 국내에서 우화형 자기계발서의 인기가 높은 데다 책 자체의 종교적 색채 때문이다. 이들은 출판사에 “한국 출간을 서둘러 달라”면서 10월에 방한해 경희대 대학원 등에서 책 관련 강의 등을 하기도 했다.

위즈덤하우스 김일희 편집부장은 “인구 대비 판매 비율로 따지면 ‘선물’이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같은 자기계발서가 한국만큼 많이 팔린 곳도 없다”며 “‘청소부 밥’은 우화형 자기계발서인 데다 ‘긍정의 힘’처럼 종교와 자기계발 분야를 넘나드는 측면도 있어 더욱 승산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화형 자기계발서가 아니라면 좀처럼 하기 어려운 시도”라면서도 “한국의 소비자 반응이 워낙 빠르므로 지역적 특성이 강하지 않은 문화상품일 경우 한국을 테스트 마켓으로 삼으려는 시도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화의 경우 현재 박스오피스 1위인 ‘박물관이 살아 있다’도 21일 세계 처음 개봉됐지만 미국 개봉일 (22일)과 하루 차이여서 세계 동시 개봉의 성격이 더 강하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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