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새해운세는 인터넷을 타고…

  • 입력 2006년 12월 30일 03시 00분


휴대전화로 손바닥을 찍어 보내면 손금을 해석해 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휴대전화로 손바닥을 찍어 보내면 손금을 해석해 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누림 토리 다롱이 누루 Dali(달리) Lani(라니)….’ 직장인 박모(32) 씨는 최근 입양한 애완견의 이름을 이들 중 하나로 지을 생각이다. 애완견 이름은 박 씨가 운세사주 사이트에 의뢰해 받았다. 애완견의 생일과 입양일 등을 입력하면 주인의 사주팔자와 어울리는 이름을 한글식과 영어식으로 구분해 알려준다. 개띠 해인 2006년에 가장 인기를 끈 온라인 점집의 콘텐츠 중 하나다.

#‘나와 사주팔자가 같은 사람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그 사람의 인생을 보면 혹시 나의 미래도 알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한번쯤 해봄직한 이런 질문에 해답이 나왔다. 온라인 운세사이트가 제공하는 ‘동일 사주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동사모)’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동사모’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회원은 “메일을 통해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 모임을 만들 예정”이라며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조언도 듣고 싶다”고 했다.

연말연시에 한번쯤 기웃거리게 되는 온라인 점집의 토종비결 신년운세 서비스. 요즘은 젊은 층의 취향을 고려해 휴대전화 등 각종 정보기술(IT) 매체도 활용한다. 현대인의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와 맞물려 부쩍 성장한 ‘운명산업’(온라인, 오프라인 포함)의 규모는 역술인협회 추산으로 2조 원이 넘는다. 사이비종교, 미신 등으로 푸대접 받던 ‘점(占)’이 거대한 ‘미래예측형’ 산업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 ‘점’과 첨단기술의 결합

현재 운세 업종은 서울의 종로 응암동 미아리 등 유명 점집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과 전문 인터넷 사이트, 포털 사이트,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온라인으로 크게 양분됐다.

최근에는 오프라인에서 철학관을 운영하는 일부 역술인들도 온라인 점집 사이트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랭키닷컴 등 포털랭킹 집계 사이트에 따르면 온라인 점집은 도통, 역술, 신수넷, 산수도인, 사주포럼, 운세, 무료운세, 예사주 등 모두 150여 개에 이른다. 이들 온라인 점집이 자리를 잡은 것은 첨단기술을 적절하게 접목시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생년월일만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사주팔자 분석을 제공하고 휴대전화에 달린 카메라로 손금을 찍어 보내면 손금까지 해석해 준다.

메신저 혹은 화상채팅을 통해 일대일 상담도 가능하다. 클릭 한 번으로 애정운 재산운 건강운 등의 부적을 휴대전화로 내려받을 수 있다.

오프라인 점집에 비해 저렴한 복비를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다는 것도 온라인 점집의 강점이다.

온라인 점집 마니아인 김나형(27) 씨는 “온라인 점집에서는 원하는 정보를 싼 가격에 얻을 수 있다는 장점 외에 개인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받으면서 속에 있는 이야기까지 쉽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 재테크에서 애완견 작명까지

이들 온라인 업체의 서비스는 토종비결과 궁합, 사주팔자 등 전통적인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삿날과 결혼일은 물론 데이트 날짜, 여행일, 남녀 연애법, 진로 가이드, 재테크 운세, 로또 당첨번호, 운동선수의 컨디션 점검, 애완견 작명 등 일상생활에서 결정해야 할 모든 대소사를 알려주는 생활컨설팅으로 점의 범위를 넓혔다.

여대생 김모(21) 씨는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궁합의 결과가 좋지 않으면 결국 남자친구와 사이가 멀어진다”고 말했다.

가족의 뿌리를 찾는 족보나 신세대 취향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온라인 점집 사주포럼(www.sajuforum.com)에서는 이용자의 성씨와 본관, 이름이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 알려준다.

산수도인(www.fortune8282.com)은 ‘심리테스트’ ‘찜한 남자 사로잡기’ ‘혈액형 풀이’ ‘타로코너’ 등 신세대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해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은 남성 고객을 겨냥해 각종 경제지수의 변화를 역학으로 예측해 정보를 제공하는 운세사이트도 등장했다.

온라인 점집 도통(www.dotong.net)의 ‘주식운세코너’에서는 200여 우량종목 중 5∼10개를 추천해 주는 무료 운세서비스를 한다. 사주 분석을 통해 단기 고위험 급등주를 추천하는 유료 서비스도 있다.

이 밖에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학업연구 학습운을 상승시켜 준다’며 요일별 의상, 각종 동물, 12지신 형상의 아바타를 파는 곳도 있다. 일부 온라인 점집은 사주팔자 데이터를 번역해 일본 중국 등 해외에 진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신수넷(www.sinsu.net)의 민병선 이사는 “주식투자와 같은 재테크 운세를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며 “비슷한 콘텐츠를 이름만 바꿔 운영하는 사이트를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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