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 골라주세요]철학에 대해 알고 싶다면(초등 고학년용)

  • 입력 2006년 12월 30일 03시 00분


과학이나 수학, 음악 분야의 신동 이야기는 흔치 않게 듣습니다. 하지만 철학 분야에 신동이 존재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철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상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포도주나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처럼 철학은 반드시 일정 시간 동안 삶의 연륜이라는 발효기간을 거쳐야 하는 학문이기 때문이지요.

체험으로부터 우러나지 않은 삶의 지혜나 혜안은 설익은 지식에 불과합니다. 위대한 철학자들은 설익은 지식이 아닌 삶의 지혜와 혜안을 터득하는 방법을 찾으려 했답니다.

초등학생 자녀들에게 철학 교육을 하거나 철학책을 권하는 부모들은 이 같은 학문의 특성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마치 새로운 분야의 지식처럼 아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치려 들거나 논술을 잘하기 위한 기초 학문으로 접근할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저학년생의 경우 철학적 개념이나 원리를 설명하는 책은 부담스럽습니다. 반면 어느 정도 독서량을 갖춘 고학년 학생들에게는 철학적 원리나 사상을 눈높이에 맞추어 소개한 책들을 권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 읽기에 적합한 철학책들을 소개합니다.

▽‘철학자들이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자음과 모음)=‘칸트가 들려주는 순수이성 비판 이야기’ ‘노자가 들려주는 도 이야기’ 등 동서양 철학자들의 핵심적인 사상을 소개한 어린이용 철학 총서입니다. 100권으로 기획됐으며 현재 40권 정도가 출간됐습니다. 철학자들의 핵심적인 개념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왜 그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원론적으로 잘 접근하고 있습니다. 철학자들의 핵심적인 내용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줄거리를 갖추고 있지요. 필자들은 국내에서 해당 분야의 대표 전공자인 대학교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피의 세계’(현암사)=설명이 더 필요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입니다. 소피라는 14세 소녀에게 어느 날 정체불명의 편지가 날아들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소설 형식으로 쓰였기 때문에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요. 게다가 많은 철학자의 사상이 구체적으로 녹아 있어 편하게 철학을 접할 수 있답니다.

▽‘달려라 플라톤 날아라 칸트’(해냄)=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19인의 철학자 이야기입니다. 철학자들의 유명한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소개하면서도 그들의 진지한 철학적 고민을 어린이들의 눈으로 풀어쓰고 있습니다. 19인의 이야기를 한 권에 모아 간략하게 소개하기 때문에 사고의 깊이에 도움을 주기에는 부족합니다.

▽‘플라톤 영화관에 가다’(디딤돌)=판타지 문학과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어느샌가 철학적 사고의 문틈으로 독자들을 인도하는 책입니다. 딱딱한 철학이론서가 아닌 철학 소설인데, 고학년 학생이라면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책 속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박영욱 건국대 연구교수(서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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