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유전자엔 ‘아부’라는 것이 새겨져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아부는 인간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사람들을 유혹해 왔다.
미국의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엔 고대 이집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아부의 다양한 면모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아부의 변천 과정, 아부에 대한 시각, 아부에 얽힌 에피소드, 아부의 종류와 아부의 기술 등.
책을 읽다 보면 아부의 유구한 역사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고대 이집트의 경우 귀족뿐 아니라 농부들 사이에서도 아부가 만연해 있었다. 궁정에선 “자나 깨나 아부하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아부에 대한 시각의 변화 과정도 흥미롭다. 고대 그리스부터 중세까지 아부는 도덕적 타락이었다.
특히 그리스인들은 정치적 아부를 가장 큰 문제로 생각했다.
대중을 띄워 주고 대중의 허영심을 자극하는 정치인들의 대중 선동을 민주주의의 적으로 규정했다.
이런 부정적인 시각은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바뀌어 갔다.
19세기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아부는 상호 호혜적인 이타주의(利他主義)로, 사회 공익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에게 행동하라”는 말이 바로 아부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아부를 논하면서 사랑을 빼놓을 수 없다. 여성을 유혹하기 위한 남성들의 달콤한 발언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10세기 전후, 음유시인들의 시가 이런 종류의 아부에 해당한다.
당시 최고의 아부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다면 죽어버리겠다’는 시구였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상투적인 문구가 훗날 로맨틱한 아부를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한다.
아부는 권력과 밀접하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15, 16세기 이탈리아의 정치이론가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경고를 인용한다. “군주가 분별력이 없으면 주변의 아부 때문에 위험에 빠지게 된다. 아부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길은 솔직함뿐이다.”
저자의 새롭고 대담한 시각도 눈길을 끈다. 예수를 섬기겠다는 이스라엘 민족의 언약도 넓은 의미의 아부였다는 견해, 계급사회에서 아부를 통해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킴으로써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견해 등이 그렇다.
아부의 기술에 대한 실용적인 정보도 참고할 만하다. 저자는 상대방 띄워주기, 의견에 동조하기, 겸손한 태도로 자신을 드러내기, 친절하게 행동하기를 아부의 4대 전략으로 꼽았다.
상대방 띄워주기의 경우 칭찬할 때는 칭찬만 하고 부탁은 하지 말라, 본인이 없는 곳에서 칭찬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남들이 모르는 사실을 찾아내 아부하라는 조언이 인상적이다.
또한 윗사람에겐 자기 자랑을 절제하고 간접적으로 아부할 것, 아랫사람에겐 스스로 몸을 낮춰 아부할 것 등의 조언도 곁들여 놓았다.
아부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긍정적이다. 겸손한 태도로 남의 약점을 감춰주고 장점을 부각시키는 아부야말로 인간관계의 윤활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원제 ‘You're Too Kind-A Brief History of Flattery’(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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