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시인의 그림 읽기]새벽 기운 빵빵하게

  • 입력 2006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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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두운 새벽, 한 어른이 한 아이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선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명절 선물을 하려는 것인데, 그건 아주 특별한 것으로서 숲 속에 사는 동물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림 속의 어른은 몸이 빵빵한데, 부풀어 오른 듯이 그리는 게 그림 그린 사람의 스타일이지만, 이 장면에 특히 잘 어울린다. 보는 사람의 느낌으로는 이 어른이 선의(善意)로 가득 차 있고, 그걸 행동으로 옮긴다는 뿌듯함으로 가득 차 있으며, 또 24시간 중 새벽을 택한 의도가 스스로 만족스럽고, 그리하여 몸과 마음이 새벽 기운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여 선의로 빵빵하고 그 실천에서 오는 만족스러움으로 빵빵하며 새벽 기운으로 빵빵하다.

실은 ‘새벽’이라는 말은 신선함으로 가득 차 있는 말이다. 그건 해가 떠오르는 시간이요, (웬 태양은 그렇게 많은지!) 우리가 몸을 일으키는 시간이며, 특히 동틀 무렵 숲에 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동이 트면서 나무들의 초록빛이 막 어둠 속에서 ‘떠오를 때’ 세계는 빛에 의해 매일매일 새로 창조된다는 걸 법열에 싸여 실감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새벽 공기와 그 빛은 ‘전신(全身)’으로 느낄 수밖에 없고 그 의미에 대한 느낌 또한 전신적이라고 할 수 있으니 새벽은 그 모든 것으로 빵빵한 시간이요, ‘새벽’이라는 말 또한 그렇다.

내친김에, 때가 때이니만큼, 노래 한 자리.

오로라여

한반도에서 사는 우리는 요새

괴롭다.

그리고 이 괴로움은

그 원천들 스스로가 원천인 줄 모르기 때문에

치명적인

그런 괴로움이다.

오로라여, 간절한 마음으로 청컨대

이 쓴잔을 우리에게서 거두어 주고

그대의 기운으로

우리를 빵빵하게 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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