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록 음악계엔 분명 그랬다. 팀 해체로 팬들을 아쉽게 했던 불세출의 기타리스트. 같은 해 우드스톡 무대도 전율로 잠재운 26세 흑인 청년.
12월 30일 자유로운 영혼 ‘집시밴드(Band of Gypsies)’와 함께 천재가 돌아왔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죽음을 겨우 몇 달 앞두고.
지미 헨드릭스.
그의 사운드는 기타로 만든 충격이었다. 때론 강렬했고 때론 흐느꼈다. 평단에선 수소폭탄이라 했다. 본인은 “영혼을 때려 영혼을 여는 종교음악”이라 자평했다. 현대 록 밴드 기타연주의 교본이자 바이블. 영국 BBC가 뽑은 ‘20세기 기타리스트’ 1위도 지미였다.
광신도 팬을 이끌었으나 삶은 척박했다. 7세에 부모 이혼, 이후 어머니는 알코올의존증으로 숨졌다. 학교에선 문제아였고 군대에서도 적응하지 못했다. 그에게 음악은 슬픔에서 몸부림치다 만난 해방구였다.
지미는 1960년대 미국 록 문화, 히피정신의 중심이었다. 획일주의에 반대하고 사랑과 평화를 갈구했다. 국가(國歌) 연주에서 기타로 로켓 폭탄 소리를 내 미국의 폭력성을 비꼬았다.
그러나 이상을 향한 꿈이 충만해 현실이 답답했을까. 술과 섹스, 무엇보다 마약에 찌들었다.
당시 서구음악계는 약물과 떼어 놓곤 생각하기 어려웠다. 비틀스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는 마약의 일종인 LSD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공공연히 마약을 옹호하는 뮤지션도 많았다.
지미가 포함된 ‘3J’는 더했다. 3J는 지미와 ‘도어스’의 짐 모리슨, 60년대 최고의 여성 록 싱어 재니스 조플린. 그들은 20대답게 물불을 안 가렸다. 최고 명반을 쏟아내며 당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지만 셋 다 마약쟁이였다.
1970년 9월 18일 영국 런던. 지미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발견됐다. 10월 4일 재니스는 할리우드 호텔방에서 숨졌다. 1971년 7월 3일 짐 모리슨 역시 사망. 세 명 모두 스물일곱의 나이에 세상을 하직했다. 사인은 약물 과다복용.
타락천사(墮落天使). 천상의 사운드로 사랑을 노래했지만 악마와 손잡은 파우스트였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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