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신문 한 귀퉁이에 제 시선을 끄는 사진이 실렸습니다. 2차대전 패전국인 일본의 한 병사가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줄 알고 필리핀 어느 산 속에서 살며 종지부 찍은 전쟁에 대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의 전쟁은 60여 년 전에 끝났건만, 무엇이 그 병사로 하여금 전쟁의 진행형을 평생 의식 속에 심었을까요.
우리는 지금 전쟁이 끝나지 않은 세계 유일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역 계층 간 갈등이 이제는 진보-보수, 친미-반미로 서로의 목청 높이며 전쟁을 망각하고 있지만, 실상 우리는 그 일본군이랑 다를 바 하나 없지요.
과거를 잊고서 장밋빛 미래는 없습니다. 과거란 바로 선조들이 살아온 지혜이기 때문입니다.
벌초하다 낫에 손가락을 베인 적이 있습니다. 할머니께서 쑥 뜯어다 돌로 찧어 제 손가락에 얹어 주니 피 금세 멎더군요. 할머니의 지혜가 그리운 밤입니다.
제 인생, 헛길 가지 말라 밝혀 주는 등불 있어 행복합니다. 때론 아버님이자 스승님 그리고 동료로 항상 채찍질 아끼지 않으시는 오태석 선생님께 사랑하고 감사하다는 말 외에 수식어 있다면 붙이고 싶습니다. 동고동락하는 극단 목화 가족께도 감사하다는 말 전합니다.
주혁준
△1970년 강화 출생 △서울예술대 극작과 졸업 △현 극단 목화레퍼터리컴퍼니 단원 △‘만파식적’ ‘백마강 달밤에’ ‘용호상박’ ‘로미오와 줄리엣’ 등 출연
■‘변기’ 당선소감… 젊은 날에 일찍 지쳐 시들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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