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대상이 된 영화들은 ‘괴물’ ‘왕의 남자’ ‘해변의 여인’ ‘시간’ ‘가족의 탄생’이 주를 이뤘다. 올해 100편이 넘는 한국영화가 개봉됐지만 관심의 대상이 되는 작품은 되레 줄어드는 것이 아닐까.
응모작들 상당수가 지젝과 들뢰즈의 이론에 기대어 있는 것도 영화비평의 화술들 역시 점점 협소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장문 비평의 경우 보통 수준 이상의 평론이 많았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각을 드러내거나 안정된 문장의 호흡을 보여 주는 것은 드물었다. 단평의 경우 정해진 양을 지키지 않거나 용두사미로 끝나는 글들도 적지 않았다. 독자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흡인력은 자기 생각에 매몰된 글의 호흡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심지어 영화를 보지 않은 독자에게도 자기 글을 이해시키려는 배려나 배짱 대신, 아카데미의 폐쇄성이나 자기도취의 한계를 어쩌지 못하는 글들은 아쉬움을 줬다.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것은 송효정의 ‘이상한 가족 수학’과 김남석의 ‘경박한 관객들’이다. 송효정은 ‘가족의 탄생’을 탄력 있는 문체로 풀어냈고, 김남석은 홍상수 영화에 대해 관객성의 문제를 끌어들이면서 달리 보기를 시도했다. 결국 정확하게 자기 관점을 전달하는 김남석의 평론을 높이 사기로 했다. 단평의 경우에도 김남석의 글이 더 돋보였다.
김영진 영화평론가 이상용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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