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미국 팝 시장에 '아프리카 발(發)' 광풍이 불었다. 세네갈 출신의 26세의 흑인 뮤지션 에이콘(Akon). 그의 신곡 '아이 워너 러브 유'와 '스맥 댓'이 12월 2일자 빌보드 싱글차트 1, 2위를 동시에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팝 차트 50여년 역사상 싱글차트 1, 2위를 동시에 석권한 가수는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 등을 포함해 9팀 뿐. 이어 발표한 2집 '컨빅티드' 역시 앨범차트 2위에 오르며 100만장이나 팔렸다.
데뷔한 지 2년 남짓한 그는 확실히 2007년 팝 계 '물건'이 됐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라며 시작된 그와의 전화 인터뷰는 신년에 듣는 한 편의 '희망가' 같았다.
#1 세네갈 문제아, 미국을 뒤 흔들다
"오우, 빌보드 1, 2위 석권은 정말 신기해요. 나 자신을 '축복받은 스타'라며 매일 최면을 걸고 있을 정도니까요."
'갱스터 랩'을 할 것 같은 '무서운' 외모지만 그는 쉽고 간결한, 귀에 착착 감기는 음악을 발표, 2004년 데뷔 하자마자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문제아였다. 7세 때 이민, 유년시절부터 미국 뉴저지에서 생활한 그는 언어 문제(세네갈의 공용어는 프랑스어), 인종 차별 등을 극복하지 못한 그는 차를 훔쳐 암시장에 되팔다 옥살이까지 했다.
"영화 '식스티 세컨즈'의 주인공 니콜라스 케이지처럼 활동했죠. 방황도 많았지만 재즈 뮤지션인 아버지(모르 티암)의 피를 이어 받았기 때문인지 옥살이 하면서도 작사, 작곡을 하며 견뎌냈답니다."
그를 어둠에서 끌어낸 것은 래퍼 에미넴과 스눕 독. "음색이 독특한데 한 번 만납시다"라며 먼저 손을 내민 이들은 각각 '스맥 댓'과 '아이 워너 러브 유'에 참여하며 에이콘을 스타로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 에미넴을 만나고 휘트니와 놀다
"에미넴은 누구나 원하지만 아무하고나 작업하지 않는 까다로운 뮤지션이었죠. 그러던 그가 내 음악을 즐겨 듣는다는 말을 했을 때 정말 기뻤어요. 그와 함께 스튜디오에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었죠."
"앞으로 프로듀서로서 명성을 높이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벌써 이루어지고 있다. 그웬 스테파니, 알 켈리 등을 비롯, 재기를 꿈꾸는 휘트니 휴스턴의 새 음반에도 참여할 정도다. 많은 가수들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바로 그의 독특한 음색. 마치 어린아이가 '앵앵'거리는 음색은 기존 팝 가수에게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느낌이다.
"장, 단점이 있게 마련이죠. 내 목소리는 개성이 있지만 때론 랩을 해도 랩 같지 않다는 지적이 있죠. 무엇보다 전 세네갈 출신이란 점이 좋아요. 2000명 이상의 래퍼가 함께 CD를 만들 정도로 세네갈은 힙합 음악의 보고(寶庫)니까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그는 이름 때문에 뜬 것 같다. 'Aliaune Damala Bouga Time Puru Nacka Lu Lu Lu Badara Akon Thiam'라는 긴 본명을 '에이콘'으로 줄인 것. 만약 본명을 사용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의 대답은 "하하하"였다.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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