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496년 다빈치 비행 실험

  • 입력 2007년 1월 3일 03시 05분


“새는 수학 법칙을 통해 작동하는 기구(器具)이다. 새가 하는 일을 인간이 하지 못하리라는 법이 있는가!”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는 7000쪽이 넘는 방대한 메모를 남겼다. 그의 노트기록에는 정치적 사건에 대한 내용은 단 한 줄도 없었다.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 걸작을 남긴 화가였지만 그는 궁중기술자란 직책으로 기상천외한 전쟁무기 개발과 엉뚱한 발명에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중에 다빈치가 평생 꿈꾸었던 것은 인간의 비행이었다. 그는 새와 박쥐, 곤충 등 모든 생물체들의 비행역학을 관찰하고 해부학, 공기역학, 기계공학적인 지식을 총동원해 날개를 설계했다. 그의 노트는 직접 고안한 ‘오니솝터’(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날던 초기 비행기)를 묘사한 정교한 드로잉으로 채워졌다.

“새들은 양 어깨를 위로 올리고 날개의 끝을 쳐들어 올려 두 날개와 가슴 사이에 공기를 압축한다. 그러면 거기서 생겨난 압력이 새를 위로 들어올린다.”

다빈치는 박쥐 모양의 날개를 단 자신의 비행기를 ‘우첼로(거대한 새)’라고 이름 붙였다. 그는 날개 밑에 매달린 사람이 두 손으로 크랭크를 돌리고, 두 발로 페달을 밟아 600피렌체파운드(약 200kg)의 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했다.

1496년 1월 3일경. 그는 피렌체 근처 체체리 산에서 ‘우첼로’의 테스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몇 년간 이어진 실험 결과는 실패였다. 1500년대 초 그는 결국 새처럼 날개를 퍼덕거림으로써 하늘을 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동력엔진이 없던 시대, 비행을 할 수 있을 만큼 기계를 빨리 돌릴 힘을 인간이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대안으로 나선형 날개를 회전시키는 ‘헬리콥터’와 ‘낙하산’을 디자인했다.

다빈치의 실험은 실패했지만 전혀 쓸모없는 것이 아니었다. 러시아 태생의 항공기술자 이고리 시코르스키는 다빈치의 나선형 날개에서 영감을 얻어 1930년대에 최초로 헬리콥터를 만들었다. 비행기와 낙하산 등도 500여 년 뒤에 상용화됐다.

다빈치는 사생아로 태어나 일찍 부모와 헤어졌고, 정식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를 키운 것은 고향 토스카나의 자연이었다. 그는 인습에 얽매이지 않은 사고, 관찰, 실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여, 내게서 기쁨을 찾으려거든 나를 연구하라. 와서 그런 연구들이 자연에서 밝혀내는 기적을 보라.”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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