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통신을 통합 관장할 새로운 기구인 방통위는 기존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1 대 1 통합'이란 원칙으로 신설하는 기구지만 방송위가 정부안에 반대한 가운데 마련된 것으로 국회 논의과정 등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또 방통위원 선임방식에서 국회의 추천을 배제한 조항과 함께 중앙행정기관 의제 조항 등에 대한 방송의 독립성 훼손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위원 5명 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되 상임위원 2명은 관련단체의 추천을 거치도록 해 국회의 몫을 배제했다.
이는 위원 모두를 대통령이 임명토록 한 당초안을 놓고 정권의 '방송 장악' 논란이 일자 단체 추천 부분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소폭 수정된 것이지만, 이 과정에서 국회 추천을 반영하겠다던 종전의 정부 방침과는 다른 것이다.
또 위원장(장관급) 1명과 부위원장(차관급) 2명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으로 그나마 각계를 대표할 수 있는 단체의 추천은 상임위원 2명뿐이다.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발상"이라며 "각계를 대표하는 단체는 학계나 법조계 등만 아니라 고위공무원과 업체 임원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관료집단과 기업집단을 각계로 포장해 놓은 것이고 상임위원 2명으로 각계의 대표성을 반영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방통위원 구성에 대해 정치적으로 계속 의구심이 제기된다면 위원 구성은 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이번 정부가 아닌 다음 정부에서 해도 된다"고 말해 방송 장악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했지만, 야당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국회 심의과정에서 달라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제정안은 대통령 소속으로 설치하는 방통위를 중앙행정기관과 같은 위상을 부여하는 '의제' 조항을 두되 방송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명시적으로 규정해 국무총리 행정감독권 규정을 적용받지 않기로 했다.
독립성 관련 사항으로는 ▲KBS 이사 추천 ▲EBS 임원 및 이사 임명 ▲방송사업자의 허가ㆍ재허가ㆍ승인ㆍ등록ㆍ취소 ▲방송프로그램 및 방송광고의 운용ㆍ편성 ▲방송문화진흥회 임원 임명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 등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현상에 따라 신설되는 기구인데 방송만 분리해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것은 융합 추세를 거스르는 것으로 기본 원칙이 훼손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전송망과 기술방식의 차이에 관계없이 이를 통해 콘텐츠나 정보가 자유롭게 유통되는 현상으로 어떤 사회적 영향력을 갖느냐에 따라 사회에 대한 공적 책임을 지게 된다고 보고 있다. 또 국가는 이러한 콘텐츠나 정보의 생산과 유통, 이용을 활성화하고 그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는 정치·문화적 환경 조성과 제도적 보장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중간선거에서 '유튜브'를 통해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열풍은 통신 영역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가는 내용과 편성, 사업운영 등에 대해 방송과 통신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공적 필요에 의해 법률에 근거한 규제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행정체계상 관점에서는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계층적 지휘 감독을 받는 행정부처가 행정권을 매개로 이러한 행위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커니즘을 제도적으로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러나 제정안은 방송 분야만 떼어내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했지만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고, 특히 통신이 '부가통신'이나 '전자상거래'라는 개념을 통해 공론의 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거나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있는 최근 융합현상을 감안할 때 통신에 대한 독립성 보장의 의미가 커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방송위 관계자는 "방통 융합 환경에서 독립성 보장이 필요한 부분을 방송 또는 방송행정 직무로 한정하는 것은 방송과 통신 또는 방통 융합 영역에서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중립성이 문제되고 있는 역동적 추세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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