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내 방에 혼자 앉아 낮에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하니, 내가 그 녀석한테 지고 말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고, 어떤 경우라도 내가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는 사실에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이래서야 내가 정말 어린이 법회를 할 자격이나 있는 것인지 스스로 의심스러워 부처님 앞에 참회했다.
홧김에 오지 말라고 불쑥 말해 버렸지만 정말로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다음 법회일이 되었다. 그런데 그 녀석이 법회에 나와 있지 않은가. 그 녀석을 보는 순간 며칠간 나를 사로잡았던 고민이 사라지고 밉기만 했던 그 녀석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앞으로는 내 생각으로 울타리를 만들고 저 녀석을 가두려고 할 것이 아니라 저 녀석의 편에서 생각하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하지만 그것도 역시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그 ‘악동’을 통해 나를 비우지 못한 사랑은 자칫 번뇌의 뿌리가 된다는,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비우는 것이 앞서야 한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정말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대지를 짊어지는 것보다도 무겁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그 말씀은 자기를 비우고 그 속에 남에 대한 사랑을 채우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를 일깨운 것이다. 나는 지금도 그 무게 앞에서 망설이고 있으니 나를 비운 사랑은 나에겐 요원하기만 한 것인가.
성열 스님·강남포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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