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원이 화가의 조상?…이멘도르프 ‘미술가의 조상’전

  • 입력 2007년 1월 8일 03시 00분


이멘도르프의 ‘말러슈탐-게오르크와 오토’. 사진 제공 백송갤러리
이멘도르프의 ‘말러슈탐-게오르크와 오토’. 사진 제공 백송갤러리
1945년생으로 표현주의의 대가로 손꼽히는 외르크 이멘도르프는 젊은 시절부터 회화의 순수성보다 사회적인 가능성, 예술가의 사회적 정치적 역할을 강조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는 과거 독일의 과오와 분단 상황의 문제를 회화 등으로 표현해 왔다. 그러나 독일이 통일된 이후 사색적이고 인간 본연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풀어 보려는 작품으로 작업의 초점을 바꿔 왔다.

서울 종로구 관훈동 백송갤러리(02-730-5824)가 2월 27일까지 마련하는 이멘도르프 조각전 ‘미술가의 조상(Malerstamm)’은 그의 방향 전환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전시다. 이곳에서 선보이는 조각들은 비교적 작은 사이즈로 유인원을 소재로 해서 자신과 같은 시대에 함께 활동했던 독일 현대 미술가들의 선조들을 유머러스하게 상상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2005년 이멘도르프의 회화들이 전시돼 주목받은 바 있으며 조각 작품만으로 전시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18점의 전시작 중 ‘말러슈탐-외르크’는 자신의 조상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이 유인원은 하늘의 새를 잡으려고 손을 들고 뛰어오르려 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근육이 마비되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그가 희망을 좇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전시작에서 안젤름 키퍼는 험한 표정으로 당장이라도 돌을 던질 것 같은 모습으로, 카를 오토 괴츠는 팔레트와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려는 차분한 표정으로, 카스파어 다비트 프리드히는 무거운 돌을 등에 업고 힘들게 걸음을 내딛는 모습으로 각각 형상화되어 있다. 미하엘 비버슈타인의 조상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두 손을 망원경처럼 만들어 눈에 대고 있다.

게오르크 바셀리츠와 카를 오토 괴츠는 ‘말러슈탐-게오르크와 오토’에서 바셀리츠가 괴츠를 등에 말 태우고 있는 모습으로 형상화해서 매우 절친했던 사이임을 보여 준다.

백송화랑 백동열 큐레이터는 “이멘도르프의 조각에 묘사된 미술가의 모습과 그들 작품은 큰 상관이 없는 듯하다”며 “전시작들은 이멘도르프가 가까이서 지켜본 동시대 화가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 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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