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子之間不責善(부자지간불책선)’이라는 말이 있다. ‘父’는 ‘父母’의 경우에는 ‘어머니’와 대칭되는 ‘아버지’를 뜻하지만, 대개는 ‘부모’를 함께 나타낸다. ‘子’는 ‘아들’이라는 뜻이다. ‘子女(자녀)’는 ‘아들과 딸’이라는 뜻이다. ‘子’는 ‘딸’을 포함하는 ‘자식’을 모두 나타내기도 한다. ‘男子’는 ‘사내로 태어난 자식’이고, ‘女子’는 ‘딸로 태어난 자식’이다. ‘子’는 사물을 나타내는 어휘의 뒤에 붙는 접미사로 사용되기도 한다. ‘椅子(의자), 帽子(모자), 原子(원자), 分子(분자)’의 ‘子’는 모두 특별한 의미 없이 앞의 어휘에 붙어 다닌다. ‘子’는 ‘학문이 높은 스승’을 나타내기도 한다. ‘孔子(공자), 孟子(맹자)’라고 하는 경우의 ‘子’는 이런 뜻이다.
‘間’은 ‘사이’라는 말이다. ‘間奏曲(간주곡)’은 ‘사이사이에 연주되는 음악’이라는 뜻이고, ‘民間(민간)’은 ‘백성들 사이’라는 뜻이다. ‘責’은 ‘꾸짖다, 요구하다, 책임’이라는 말이다. ‘責望(책망)’은 ‘꾸짖고 나무라다’라는 말이고, ‘責務(책무)’는 ‘책임질 일’이라는 말이다. 이 경우의 ‘望’은 ‘나무라다’라는 뜻이며, ‘務’는 ‘일, 직무’라는 뜻이다. ‘善’은 ‘선, 착하다’라는 뜻인데 여기에서는 ‘완전함’을 나타낸다.
이를 정리하면 ‘부모 자식 사이에는 완전하기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된다. 왜 그럴까? 사람은 완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완벽한 행동을 요구하면 결국 부자 간의 情(정)이 사라지고 마침내 부자 간에 다툼이 생긴다. 부모와 자식은 天倫(천륜)으로 맺어진 사이이므로 어떠한 가치도 이를 깨뜨릴 수는 없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불만이, 혹은 자식의 부모에 대한 불만이 서로 완전함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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