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닉과 타이밍 서로 부러워해요”… 손열음-김선욱 인터뷰

  • 입력 2007년 1월 10일 03시 00분


피아니스트 김선욱(위)과 손열음. 이들에겐 이제 콩쿠르가 필요 없다. 콩쿠르는 세계무대를 위한 발판일 뿐. 그 대신 올해 이들에겐 치열한 실전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김미옥  기자
피아니스트 김선욱(위)과 손열음. 이들에겐 이제 콩쿠르가 필요 없다. 콩쿠르는 세계무대를 위한 발판일 뿐. 그 대신 올해 이들에겐 치열한 실전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김미옥 기자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신년음악회가 열렸다. 올해 21세가 된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가 독일 유학 이후 갖는 국내 첫 무대였다. 몰라보게 성숙한 그녀는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나와 화려한 쇼팽의 왈츠로 새봄을 미리 열어젖혔다. 객석에 앉아 있던 두 살 연하의 피아니스트 김선욱(19) 씨는 “열음이 누나의 테크닉은 언제 봐도 화려하다”고 감탄했다. 보송보송한 솜털을 벗고 어느새 의젓하게 성장한 두 피아니스트를 광화문 인근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 김선욱, 열흘에 한 번꼴 연주회 강행군

“저 올 한 해 정말 바쁘게 달릴 거예요. 황금돼지의 해라고 하잖아요. 콩쿠르 다음 해가 제일 중요한 해예요. 연주회마다 다른 곡에 도전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거예요. 자기 성찰도 많이 하고, 음악도 훨씬 많이 듣고…. 특히 영국 런던 데뷔무대에는 목숨 걸 겁니다.”(김)

지난해 영국 리즈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던 김 씨는 올해 11월 런던필하모닉과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로 런던무대에 데뷔한다. 5월에는 라디오프랑스오케스트라와, 9월에는 웨일스 BBC내셔널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스위스 독일 홍콩 등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또한 3월 호암아트홀 독주회, 8월 서울시향 브람스 스페셜 등 국내 연주회를 포함하면 열흘에 한 번꼴로 연주회를 갖는 강행군이다.

손 씨는 1월에 독일 하노버에서 독주회를 하고, 2005년 루빈스타인 콩쿠르에서 3위를 한 인연으로 5월과 11월 이스라엘필하모니와 협연한다. 8월에는 폴란드에서 열리는 쇼팽페스티벌에서 김 씨와 함께 초청 독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스라엘에 가 보니까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같은 유대인 출신 연주가들이 고국에서 한 푼의 개런티를 받지 않고 쉴 새 없이 음악회를 열더군요. 세계무대에서 명성을 얻은 뒤에 자기를 키워 준 고국에 감사하고 후배들의 음악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손)

○ 손열음 “연주회 거듭될수록 자기성찰 신경써야”

두 사람에게 서로 묻고 싶은 말이 없느냐고 묻자 손 씨는 “선욱이에 대해선 선욱이보다 제가 더 잘 알고, 선욱이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며 손사래를 친다.

2000년 이화경향콩쿠르에서 초등부, 중등부 우승자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똑같이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다. 둘 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로 입학해 김대진 교수에게 배우고, 금호음악인상을 수상했다. 자연스레 서로 의지하며 오누이같이 지낸다. 둘 다 어머니가 선생님인데 이들이 지방에서 공연을 할 땐 어머니들이 함께 기차를 타고 음악회장을 찾는다. “저는 누나의 연주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요. 이거 어떻게 치는 거냐고 물어보면 한 번 쳐 주는데 아무도 못 따라 해요.”(김)

“선욱이가 제 테크닉이 부럽다고 하지만 전 선욱이의 자연스러운 타이밍이 정말 탐나요. 선욱이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 앞에 앉으면 그냥 음악이 흘러나왔어요. 뭔가 부자연스러울 땐 선욱이에게 쳐 달라고 해 제가 따라 하기도 한답니다.”(손)

손 씨는 헤어지기 전, 올해 30회 이상의 연주회를 앞둔 후배에게 애정 어린 충고를 남겼다.

“이제 ‘무대병’을 경계해야 해. 연주회가 거듭되면 곡에 집중해 탐구하는 시간이 부족해지고, 점차 내 소리도 안 듣게 되지. 피아니스트는 무엇보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을 게을리 하면 안 돼.”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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