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겸애와 평화에 대한 묵가 사상이다. 기원전 370년 춘추전국시대. 조나라로부터 침략 위기에 놓인 양나라에 지원군 혁리(류더화)가 찾아온다. 백성들에게 그가 외친 것은 오로지 방어. 수로 폭파, 성벽 허물기 등 뛰어난 전술력으로 조나라 10만 대군을 물리친다.
영화는 ‘슈퍼맨’의 오리엔탈 버전을 보여 주는 듯하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축도,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가진 것도 오로지 혁리다. 정신없는 전장 속에서도 그는 활만 몇 번 맞을 뿐 꿋꿋이 살아 있다. 그 속에서 그는 “전장에선 산 자나 죽은 자나 불행하기는 마찬가지다”, “한풀이를 위한 도살은 절대 안 된다” 등 반전(反戰) 메시지를 읊는다. 누더기 옷차림의 그는 여자를 번쩍 들어올리는 늠름한 슈퍼맨과는 분명 다르다.
그가 가진 힘은 있을 때보다 없을 때 드러난다. 백성들에게 ‘혁리 선생’이라 칭송받지만 그를 시기한 양나라 지도층은 성 밖으로 쫓아낸다. 그가 없는 양나라의 운명은 불 보듯 뻔한 일. 감독은 피 흘리며 죽어가는 백성들, 우왕좌왕하는 양나라 왕의 모습을 번갈아 담으며 폐허로 변한 양나라의 비극을 보여 준다. 이는 전쟁의 폐허와 부패한 정치를 동시에 담으려는 감독의 의도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혁리와 여성 기병대장의 로맨스는 영화의 재미를 위해 삽입됐을지 모르지만 어설프다. 또 양나라 왕자 ‘양적’ 역을 맡은 최시원은 영화 내내 눈을 부릅뜨고 있다. 왕자의 카리스마를 표현하려 했는지 모르지만 강렬하다 못해 부담스럽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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