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성형 미인의 승리’로 보는 시각이 있다.
“‘뚱녀’ 한나(김아중)도 나름대로 행복했지만 세상의 편견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수술을 한 뒤 아버지와 과거를 부정하고, 지켜야 할 가치를 버리게 된다. 이후 진실의 고백을 통해 고통에서 벗어난다. 진실의 성공일 뿐, 성형 미인의 성공이 아니다.”
―“성형한 여자는 괴물”이라던 친구 정민(김현숙)이 마지막에 성형을 택하는 건 의외다.
“세상엔 외모보다 중요한 게 많지만 사람은 그걸 알면서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잘 아는데, 그래도 예뻐지고 싶은 거다.”
―‘예쁘면 살기 편한 사회’를 그렸다.
“평소에 김아중과 말을 안 하고 어려워하던 스태프가 그가 특수분장을 한 뒤에는 다가가 툭툭 건드리며 농담을 하더라. 솔직히 다들 예쁜 걸 좋아한다. 그걸 과장되게 표현했을 뿐. 솔직해지고 싶었다.”
―성형을 옹호하는 것이 아닌지.
“자기계발일 수 있지만 욕망이어선 안 된다. 욕망은 채워지지 않으니까. 사회가 더 문제다. 미에 우월적 가치를 두면서 성형수술로 그런 사회에 편입하려는 사람에겐 손가락질을 한다. 외모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람만이 비난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사람이 있을까.”
―전작도 그렇고 신체적 약점을 웃음의 소재로 삼는다.
“패럴리 형제(코미디를 만드는 형제 감독)를 좋아한다. 그들은 장애인을 자주 등장시키는데, 그건 편견이 없다는 거다. 장애인이니까 영화에 나오면 안 된다? 그게 편견이다. 우리도 어떤 면에선 다들 장애인이다. 그냥 똑같은 인간으로 대한 거지 희화화가 아니다.”
―‘좋은 코미디’란 뭔가.
“코미디는 기본적으로 고통이다. 상황적으론 웃기는데 그 안에 고통이 있는, 이중의 감정을 끌어내고 싶다. 웃기려고 작정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인생이 그렇지 않나? 항상 즐거움과 고통이 공존한다. 그래서 영화가 잘돼 기뻐도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인터뷰가 끝나고 ‘고통의 실체’에 대해 들었다. 그를 낳기 전부터 아팠지만 피를 쏟으면서도 “돈 숨겨 놨으니 맛난 것 사먹으라”고 귓속말하던 어머니는 대학생 때, 반신불수였던 아버지는 어머니보다 앞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를 살리겠다고 생선장수에 채석장 노동자까지 했던 그가, 이제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코미디를 만든다. 인생의 고통을 잘 알기에, 인생의 즐거움도 그는 잘 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