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보는 미래-미래학 20선]<8>미래교양사전

  • 입력 2007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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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기계 인터페이스 전문가들은 2020년경에 비행기 조종사들이 손 대신 단지 머릿속 생각만으로 계기를 움직여 비행기를 조종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게리보그, 블루투스, 신경경제학, DNA 컴퓨터, 인터넷 2, 피싱, 스마트 더스트, 전자 종이, 양자 원격이동….

이런 단어들을 아십니까? 아마도 이 중 절반 이상을 아는 사람이라면 미래의 기술 발전과 사회상에 대하여 관심이 많고 미래 예측에 조예가 깊은 편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20년 뒤에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이런 단어들을 흔히 쓰게 될는지도 모른다. 사실 20년 전에 누가 인터넷, 블로그, 이모티콘 같은 단어들이 지금처럼 널리 사용될 줄 알았겠는가.

언어는 진화한다. 우리의 생활이 바뀌고 새로운 사물이나 현상이 생길 때마다 그것을 기술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 시대의 사전을 보면 그 시대의 문명과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21세기 전반부에 인류 사회를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이론, 아이디어, 지식과 관련된 단어들을 모아 미래의 교양 사전을 미리 편찬함으로써, 앞으로의 우리 생활이 어떻게 변할지 보여 주려 한다.

물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앞으로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생명과학 기술의 발전은 인간 생명을 연장시켜 인구 구성 및 사회 조직의 형태를 바꿀 것이고, 정보통신 기술은 이미 많이 좁아진 세계를 더욱 밀접한 하나의 공동체로 연결할 것이다. 이 두 기술의 발전에 나노 과학은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고, 어쩌면 예측하지 못했던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과학 칼럼니스트로 활발히 활동하는 저자는 이처럼 미래를 결정할 기술을 토대로 앞으로 전개될 정치, 문화, 경제 및 사회의 변화에 대하여 다방면에서 예측한다.

이 책은 사전의 형태로 되어 있다. 그렇기에 하나의 개념으로 통합된 미래 사회의 모습을 그리지는 않는다. 사실 복잡다단한 미래 사회를 하나의 그림으로 그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혹 그린다고 하더라도 한쪽으로 치우친 매우 불완전한 그림이 될 것이다. 대신 이 책은 사전 형태로 369개의 키워드를 뽑아 백과사전식으로 설명함으로써 여러 방면의 관점을 다각도로 소개한다. 특히 각각의 키워드에 대하여 미래적 함의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나 한국 내의 특이한 사정도 설명하고 있어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했다.

예를 들어 ‘제3의 문화’ 항을 보면,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 두 문화의 분극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하여 ‘제3의 문화’의 필요성이 제창된 연혁을 소개한다. 이어 대표적인 제3의 문화로 꼽히고 있는 인지과학, 복잡성과학, 진화심리학에서 최근 이루어지는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 사이의 괄목할 만한 학제 간 연구 성과를 설명한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과학기술자가 인문학 분야에 관심이 없고 인문학자들은 과학기술에 무지하기 때문에 제3의 문화가 한국 사회에 뿌리 내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인지 모른다고 평하고 있다. 요점을 찌르면서도 세계와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꿰뚫는 혜안이 번뜩인다.

오세정 서울대 교수 물리 천문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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