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을 보는 ‘가톨릭 여성의 전화’ 대표 이영자(64·사진) 수녀의 시각은 분명하다. ‘가정폭력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상습적으로 폭행한다, 결혼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한 대 때렸을 뿐이다(남편의 폭력 행위 부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그쪽이다(남편의 변명) 등. 우리에게 친숙한 가정폭력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부인을 때린 뒤 남편은 울고 용서를 구하지요. 그러나 폭력은 되풀이됩니다. 결혼만 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이 많지만 대부분 달라지지 않습니다.”
8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내 ‘가톨릭 여성의 전화’에서 만난 이 수녀는 맘씨 좋고 온화한, 영락없는 우리네 할머니다. 이 수녀가 속한 ‘그리스도의 성혈흠숭 수녀회’는 수녀복을 입지 않고 활동하는, 가톨릭 내에서도 소수 공동체다. 국내 회원은 15명, 전 세계적으로도 2000여 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낮은 곳, 핍박받고 소외된 이들이 혹여 ‘벽’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 수녀복을 벗었다.
이 수녀가 운영하는 ‘가톨릭 여성의 전화’는 25명의 자원봉사자로 운영된다. 전화기는 단 한 대. 하루 5, 6건을 상담한다.
“상담의 60% 이상이 가정폭력에 관한 것입니다. 종교를 갖고 있다고 해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가톨릭 가정 내에서도 30% 정도가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수녀는 “부모의 폭력을 경험한 아이들이 자라 다시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세상에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라고 강조한다. 이어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매를 맞는 여성들에게 자존감을 심어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때리는 사람이 나쁘다. 당신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피해 여성이 스스로를 존귀하게 여기도록 하고 ‘폭력을 행사하지 말라’고 남편에게 분명히 요구하도록 조언한다고 밝혔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