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흔들리는 예술영화의 보금자리

  • 입력 2007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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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가 절실한 이유는 첫사랑의 흔적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사랑하는 영화를 만나기 위해 어두운 극장에 모여 숨죽이고 있는 동지들과 나누는 그 뜨거운 기류의 느낌이란!”(영화감독 류승완)

시네마테크(Cinemath`eque)란 영화 관련 자료실 또는 실험영화 극장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5년 전 서울 종로구 낙원동 옛 허리우드극장에 둥지를 튼 서울아트시네마가 서울에서는 유일하다.

10일 이곳에서 시네마테크를 사랑하는 영화인 모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의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감독은 “언제 길바닥에 나앉을지 모르는 처지에서 벗어나 젊은이들이 오고 싶은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한국 영화의 미래고 뭐고 없다”고 강조했다.

이곳의 재정적 어려움에 대한 호소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연간 3억∼4억 원의 운영자금을 지원받지만 절반이 임차료로 나간다. 2년 단위로 임대차계약을 하는 처지라 장기적인 플랜은 엄두도 못 낸다. 시네마테크의 본래 기능을 달성하기 위해선 영화자료실, 세미나실 등이 필요하지만 고전영화와 예술영화 상영 외엔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김수정 사무국장은 “멀티플렉스가 동네마다 있지만 영화와 관련된 문화는 없다”며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아트시네마를 찾는 관객은 연간 6만∼7만 명으로 30대 이상이나 영화과 학생이 대부분. 예술 영화의 관객층이 다양하지 않다고 탓하기 전에 누구나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는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영화계의 목소리다.

연간 50억 원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프랑스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나 전국에 160개가 퍼져 있는 독일의 ‘코뮤날레 키노’, 미국의 ‘필름 소사이어티 오브 링컨 센터’와 ‘필름포럼’ 등의 시네마테크는 정부의 지원 외에도 민간 기부금,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후원을 받는다.

1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선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열린다.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홍상수 감독과 엄지원 유지태 등 배우들이 관객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를 소개한다. 관객들의 작은 관심이 필요한 때다. www.cinematheque.seoul.kr, 02-741-9782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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