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집-맛의 비밀]경북 영양군 ‘낙동집’

  • 입력 2007년 1월 13일 02시 57분


고추로 유명한 경북 영양군.

안동에서 출발해 청송군 진보면을 거쳐 영양으로 접어들면 5km 거리에 입암면 봉감마을이 있다. 한가로운 논밭을 끼고 돌면 영양의 유일한 국보인 봉감모전석탑(제187호)이 나타난다.

탑을 보듬은 마을, 굽이친 반변천, 그 천을 따라 병풍처럼 둘러싼 벼랑이 겹쳐지면 환상의 조합이다. 휘영청∼. 그 탑 끝에 달이라도 걸리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 여운이 사라질까 아쉬워하며 돌아서면 1km 거리에 가볼 곳이 있다. 메기 매운탕으로 유명한 ‘낙동집’(054-682-4070)이다.

○ 주인장(최혜자 씨·67)의 말

30년 전 영감님이 사고로 한쪽 팔을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됐어. 처음엔 하숙집을 했는데 영감님 말이 주변에 매운탕 집이 없다는 거야. 이걸 하면 아이 셋하고 먹고 사는 데 괜찮을 것 같다고 하더군. 영감님이 메기, 쏘가리, 동사리, 꺽지 같은 고기를 잡아줬어.

매운탕의 주인이야 메기지. 4인분이면 큼직한 메기 4마리에 잡어 대여섯 마리를 넣어. 손이 크다는 소리를 듣지만 넉넉해야지. 손님들이 대구 포항 안동, 멀게는 서울에서도 오는데 ‘할매가 끓여주는 매운탕 먹고 가야지’하며 자리에 앉으면 그걸로 됐지.

인공 조미료는 쓰지 않고 텃밭에서 키운 제철 채소를 써. 채소마다 계절을 택하는 이유가 있으니 그걸로 음식을 했을 때 맛이 있는 법이지.

비밀이랄 게 있나. 민물 매운탕은 냄새와 싸우는 거야. 산초는 기본이고 쌀가루와 매운 고추로 고추장을 만든 뒤 여기에 마늘을 넣은 양념장을 쓰지.

○ 주인장과 식객의 대화

▽식객=할매, 정말 젊어 보입니다. 헤어스타일도 요즘 젊은 사람처럼 짧네요.

▽주인장=다들 젊게 봐. 1940년생이라면 거짓말이래(웃음).

▽식=30년 동안 매운탕을 끓였는데 아쉬운 점이 있나요.

▽주=매운탕 집 주인이야 메기 구경하기 힘든 게 제일 아쉽지. 여기 천에서 잡히는 걸로는 양이 모자라 안동댐 메기도 쓰고 있어.

▽식=비린내 때문에 민물 매운탕은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 집은 육개장이나 곰탕처럼 진하면서도 비린내가 없네요.

▽주=난 매운탕을 미리 한번 끓여. 그리고 손님이 찾으면 끓일 때 국물이 줄어든 만큼 다시 더운 물을 부은 뒤 최소 40분 이상 끓여. 그래서 오자마자 매운탕 내놓으라는 사람에게는 못 팔아.

▽식=요리를 따로 배우신 적이 있나요.

▽주=배우긴…. 살면서, 살아야 하니까 몸에 맛이 밴 거지. 함창(경북 상주시)이 고향이라 물고기 구경하기가 힘들었어. 시집 오니 영감님이 고기를 잡으면 꼭 우리 집에서 끓이는 일을 시켜. 그게 낙동집 매운탕이 됐지.

▽식=식당을 크게 할 생각은 없습니까.

▽주=안동이나 대구, 서울에 가서 장사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 하지만 사는 물이 바뀌면 생선 맛도 달라져. 서울서 장사하면 이 맛 안 날거야.

영양=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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