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과학으로 생각한다’

  • 입력 2007년 1월 13일 02시 57분


◇과학으로 생각한다/이상욱 홍성욱 장대익 이중원 지음/336쪽·1만4000원·동아시아

“정부가 과학을 지원하고 계획해야 한다.”(존 버널)

“과학을 사회가 통제해서는 안 된다.”(마이클 폴라니)

동전의 양면처럼 결코 마주할 수 없는 상반된 주장에는 과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이 녹아 있다. 1930년대 과학계를 달궜던 두 거두의 논쟁은 사회적 경제적 효율성(버널)과 진리를 향한 추구(폴라니)라는 과학의 존재 이유를 둘러싼 과학자들의 사회학적, 철학적 고뇌의 집약이기도 했다.

과학자 집단에서 민주주의의 이상을 목도했던 로버트 머튼은 어떤가. 그는 1942년 발표한 기념비적 논문 ‘과학과 민주주의에 대한 소고’에서 과학의 4가지 규범을 설파했다. 보편주의(보편적 기준에 의한 평가), 집합주의(과학의 결과는 공동체에 귀속된다), 무사무욕(無私無慾), 조직적 회의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인류 역사 속에서 과학은 한 번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진보하는 과학과, 구시대적 질서와 이데올로기로 이를 통제하려는 사회체제 간의 불화는 우생학이라는 괴물과 ‘사회 진화론’이라는 사이비 과학을 배태했다.

그러나 우리 시대 주목할 만한 과학철학자 4인이 집필한 이 책의 메시지는 과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단순한 일고(一考)가 아니다. 그보다 더 깊고, 더 넓은 사유의 근거를 제시한다. 그것은 담을 쌓고, 나누고, 앞만 보고 달리는 전문화 세분화의 함정에서 벗어나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섭’을 통한 새로운 거대 지식의 르네상스를 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뉴턴, 다윈, 아인슈타인 등은 자연과학자이자 철학자요, 예술가였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과학적 발견이 어떻게 세계관과 사유체계를 바꾸었는지 역사적 사례를 소개하고, 과학철학사의 논쟁들을 정리한다. 그리고 과학과 사회의 반듯한 관계정립이 과연 무엇인지를 성찰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과학 원리와 철학적 담론을 이렇게 꼭꼭 씹어 쉽게 전달해 줄 수 있는 한국의 과학철학자들이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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