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이름은 ‘김주먹’. 다들 ‘주먹똥’이라 부른다. 이 주먹똥의 장난은 아무도 못 말린다. 부모는 물론 주위에 사는 곤충조차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 주먹똥이 태어나 깨뜨린 그릇이며 고장 낸 전자제품, 이웃들이 당한 피해를 따져 보면 벌써 집 장만하고도 남는다는 것이 엄마의 증언. 매미가 우는 사연을 들어 보니 주먹똥이 날개에 물감 칠을 해 놓았다나. 참다못한 동물들이 힘을 합쳐 ‘주먹똥’ 혼내 주기에 나선다.
도둑고양이는 요술을 부린다는 너굴할미에게서 붉은 열매 다섯 알을 얻어오고 참새는 앵두나무를 찾아내고 매미는 열매들을 조심스레 옮기고 거미는 줄을 뽑아 가지에 매단다. 꿀벌은 열매에 꿀을 바르고 휘파람새는 ‘휘-휘-리릭 휘리릭!’ 주먹똥을 꼬인다.
등굣길에 앵두 다섯 알을 따먹은 주먹똥. 배가 슬슬 아파오면서 똥을 참기 힘들게 되자 2학년 7반 청소구역인 계단에서 볼일을 보고 말았다.
“선생님, 어떤 자식이 똥을 싸 놓았어요.”
젊은 여선생님도 난감할 수밖에. 선생님과 아이들은 다들 똥 치우는 방법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한데 똥을 어떻게 말리지?” “머리 말리는 기계로 말려요.” 이쯤 되자 똥 치우는 일에 슬슬 재미가 붙기 시작한다. 쓰레받기로 떠서 버린다, 똥을 뜬 뒤 숨을 안 쉬고 달리면 냄새도 안 난다, 신이 난 아이들은 너도나도 돕겠다고 손을 든다. 그래서 뽑힌 ‘똥 치우기 대표 선수’들, 예상대로 멋지게 일을 해냈다. 동물들도 이 정도면 주먹똥이 혼이 났을 거라고 즐거워하니 해피엔딩.
20년 뒤 이 선생님은 ‘초등학생의 자발적 학습태도와 놀이에 대한 연관성 연구’라는 제목의 박사 논문을 썼다고.
사실은 이 선생님이 쓴 것은 한 지방신문에 보낸 ‘교단일기’다. 이 글을 읽은 작가가 여기에 살을 붙여 재미난 동화로 풀어냈다. 실제 교실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얘기다.
스스로 똥 치우는 일을 잘해낸 것처럼 아이들이 신바람이 나면 시키지 않아도 잘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공부나 청소도 신바람 내며 하도록 할 수 있을까.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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