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북쪽 라자스탄의 한 야간학교에는 책상도, 걸상도 없다. 이곳은 오빠나 남동생이 아침에 학교 간 사이, 하루 종일 물을 길어오고 가축을 돌봤던 여자아이들이 집안일을 마친 뒤 찾는 곳이다. 피곤에 지친 작은 몸을 이끌고 야간학교에 온 여자아이들은 작은 칠판과 토막 분필을 들고 바닥에 앉아 글을 배운다.
카트만두의 공립학교에 다니는 네팔 아이들이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과목은 영어. 영어를 잘하면 히말라야를 오르는 여행객을 안내하는 셰르파도 될 수 있고 시장에서 수공예품을 팔 수도 있으니까.
10명의 사진작가가 48개국을 취재하며 생생한 사진과 짧은 글로 엮어 낸 학교 이야기다. 아니, 아이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각 나라의 고유문화와 현실 문제 등도 짚어 냈다. 선진국 대도시의 학교보다는 질병, 가난, 남녀 차별, 전쟁, 자연 재해에 시달리는 학교를 위주로 다뤘다. 단순히 ‘배움터’만이 아닌, 희망을 가르치는 ‘삶터’로서의 학교에 대한 소중함을 생각하게 만든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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