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충격 대예언.
“특이점을 통해 우리는 생물학적 몸과 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운명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죽음도 제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원하는 만큼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세기가 끝날 즘에는 지능의 비생물학적 부분이 순수한 인간의 지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해져 있을 것이다.”
예언자는 레이 커즈와일. 1976년 컴퓨터를 통해 인쇄 문자를 읽어 내는 ‘커즈와일 읽기 기계’, 1984년 그랜드피아노의 음색을 가장 완벽히 모방해 냈다는 ‘커즈와일 신시사이저’의 발명으로 2002년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발명가이자 미래학자다.
그가 미래를 예측하면서 들고 나온 단어는 ‘특이점’. 미래에 기술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그 영향력이 커서 비즈니스 모델부터 인간의 수명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온갖 개념에 대한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를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이른바 GNR(유전공학, 나노기술, 로봇공학) 발달의 가속도로 이러한 특이점의 시대가 목전에 다가왔으며 가장 큰 변화는 우리의 인체에서 일어난다.
버전 2.0 인체에는 수십억 개의 나노봇이 몸과 뇌의 혈류를 타고 흐르며 병원체를 물리치고 유전자(DNA) 오류를 수정하고 독소를 제거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영양소의 양을 정확히 구한 후 인체 각 요소에 전달해 질병을 막아 낸다.
나노봇의 역할은 육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뇌에 들어간 나노봇들은 기존의 생물학적 뉴런과 상호 작용하여 오감으로 완전몰입형의 가상현실을 체험하도록 하고 신경계 내부에서 작업하여 감정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결국 버전 2.0 시대에 인간에게 남은 것은 골격, 피부, 성기, 감각기관, 입과 식도 윗부분, 그리고 뇌다. 저자는 완성 시기인 2030년경 우리 몸은 생물학적 부분보다 비생물학적 부분이 많을 것으로 예측한다.
2040년 시작될 버전 3.0 인체의 시대는 ‘총체적 개량’의 시기다. 컴퓨터가 업그레이드하듯 뇌와 마음 등의 소프트웨어를 저장하고 언제든 육체를 바꿀 수 있다.
즉 월요일은 장동건의 외모로, 화요일에는 정우성의 모습으로 다니고, 거리에서는 서로 다른 인격을 지닌 수백의 브래드 피트-앤젤리나 졸리 커플이 활보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유행하는 패션으로 치장한 것처럼.
그럼 인간에 대한 정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저자는 “인간성의 핵심은 한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계를 뛰어넘는 능력이다”라고 대꾸한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면 저자가 그리는 미래가 썩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궁극적으로 뇌만 남고 다른 육체를 옮겨 다니며 누린다는 영생이 과연 그렇게 매력적일까? 많은 연구 자료에도 불구하고 2010년부터 시작된다는 버전 2.0 인체의 시대도 언뜻 실감나지는 않는다. 저자의 견해대로라면 충격 대예언의 1차 시기인 버전 2.0 인체 시대는 이제 3년 남았다. 원제 ‘The Singularity Is Near’(2005년).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