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씨 “혼란한 사회, 기본을 생각해야”

  • 입력 2007년 1월 17일 02시 58분


장편소설 ‘유림’을 완간한 소설가 최인호 씨. 그는 “21세기 정신의 기둥을 찾는 데 유교가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정 대학생 인턴 기자
장편소설 ‘유림’을 완간한 소설가 최인호 씨. 그는 “21세기 정신의 기둥을 찾는 데 유교가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정 대학생 인턴 기자
“1000명의 아이를 모두 서울대 학생으로 만들려는 교육이 옳은 겁니까? ‘난사람’이 아니라 ‘된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너무 오래 잊은 것 아닙니까?”

최인호(62) 씨가 장편소설 ‘유림(儒林)’(전 6권·열림원)을 완간했다. ‘유림’은 공자 맹자 주자 순자부터 조광조 이퇴계 이율곡에 이르기까지 2500여 년 유교의 역사를 소설로 옮긴 작품이다. 집필에만 꼬박 3년이 걸렸는데 작가가 1989년 불교 사상을 소설화한 ‘길 없는 길’을 쓸 때부터 “언젠가 유교 소설을 쓸 것”이라고 다짐했으니 곰삭은 테마다.

최 씨는 16일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료 한두 권을 놓고 집필을 시작했는데 작품을 끝내고 보니 수백 권이 쌓였더라”고 말했다. 원고지 8000여 장, “지금까지 쓴 것 중 가장 긴 작품”이라 했다.

“청렴결백하고, 직분에 충실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는 게 유교의 기본 덕목이지요. 이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이런 가르침 아닐까요?”

단순한 듯 보이는 유교의 미덕과 지혜야말로 21세기 정치 사회 교육 등 모든 사회문제를 푸는 데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특히 그는 공자가 ‘인간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전에는 3대 성인 중 공자가 가장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벼슬 하겠다고 10여 년을 떠돌아다녔고 제자들에게 멸시도 받았다”며 “그러나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에겐 공자의 인간적인 모습이 살아 있는 교범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소설의 등장인물 중 각별한 애정을 가졌던 인물은 퇴계 이황. 유교를 사상적으로 완성했고 겸양과 군자의 미덕을 가르친 석학이다.

“1000원권 지폐에 퇴계의 초상화가 있습니다. 아들에게 ‘퇴계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이잖아요’라고 금세 대답하더군요. 그런데 정작 이기이원론이 무엇인지 설명을 못 하는 겁니다.”

그래서 마지막 권에서 퇴계의 삶과 사상을 그리는 데 집중했다. “퇴계 선생이 이 책을 보시면 ‘그래, 용타’ 하며 등을 두드려 주실 겁니다. 그만큼 노력했어요.”

디지털 시대라지만 아직도 원고지를 사용하며, 알아보기 힘든 악필로 유명한 최인호 씨. 표절과 도용 문제로 시끄러운 출판계에 대해 그는 “작가가 나이가 들면 꾀가 생기고, 고통을 피해 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컴퓨터 시대에 남의 글을 정보처럼 여기다 보니 그런 일을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대통령도 인터넷 ‘악플’ 때문에 긴장하던데 모든 사람이 자신을 칭찬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며 “나는 컴퓨터를 멀리하는 것으로 마음의 평안을 갖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 예수의 일생을 다룬 소설을 집필해 불교, 유교에 이은 종교소설 3부작을 끝낸다는 그의 계획은 잘 알려져 있다. “20년 전 가톨릭에 귀의할 때부터 결심했고, 앞으로 2, 3년 안에 써낼 것”이라고 말한다. 최 씨는 “그 전에 유부녀들이 가슴 설렐 연애소설을 한 편 쓰겠다”며 창작의 열정을 내보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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