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봉하는 판타지 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여우비’는 ‘마리 이야기’로 2002년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그랑프리를 수상한 이성강 감독의 작품. 툴툴거리고 호기심 많은 사춘기 소녀 모습 그대로인 여우비도 귀엽고, 맑은 물감으로 그린 수채화 같은 배경이 아름답다. 2D 애니메이션 느낌이지만 3D로 레이아웃한 뒤 그걸 다시 2D처럼 보이게 하는 과정을 거쳤다. 너무 ‘진짜’ 같은 할리우드 3D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심심하게도 느껴질 듯. 어른 흉내 내는 영악한 아이들도 없고 어설픈 교훈과 함께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해피엔딩도 없다. 관객을 확 빨아들일 만한 흡입력과 재미는 부족한 편. 이야기는 어수선하고, 너무 많아 기억도 잘 안 나는 주변 캐릭터들은 가끔 ‘왜 나왔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도 결말은 마음에 아련한 여운을 남긴다. 전체 관람가.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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