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타 교회 교인의 등록은 받지 않겠습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자리한 지구촌교회 이동원(62·사진) 목사는 7일 새해 첫 설교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출석 신도만 2만 명에 이르는 지구촌교회는 불과 13년 만에 고속 성장한 이른바 ‘대형 교회’다. 그래서 “잘나가는 교회가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쉽게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회 성장에 목을 매온 한국 개신교계의 풍토에서 이 목사의 ‘수평이동 사절’ 선언은 매우 신선하다. 신도가 많을수록 더 고속 성장을 추구하는 교회가 많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6일 교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2007년의 교회 방향을 첫째는 전도하는 교회로 정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기존 타 교회 교인들의 등록은 최대한 억제하고 정말 불신자를 전도하는 교회로 서고자 합니다. 요즈음 열심히 타 교회에서 전입한 교인을 냉대하는 작전을 구사 중입니다. 그 대신 근처 좋은 다른 교회로 가시도록, 되도록이면 작은 교회에 가서 잘 섬기시도록 안내하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교인들의 ‘수평이동’은 그간 교회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하고, 지역교회나 교파 간 갈등을 야기해 교회 일치를 저해하는 걸림돌로 인식돼 왔다. 지난해 말 분당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와 남서울산본교회 이문식 목사 등 중형 교회에서 타 교회 교인의 등록을 지양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지구촌교회가 여기에 동참함으로써 개신교계에 하나의 흐름을 형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간사인 이상화 목사는 “지구촌교회가 주변에 있는 지역 교회들과 함께 상생하겠다는 의미인 것 같다”고 환영했다.
이동원 목사는 앞으로 개척교회의 지원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그래서 교회소속 40여 명의 부목사들에게 ‘개척’을 독려하고 있다. 단순한 개척이 아닌 지구촌교회를 나누는 분립(分立)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이 목사의 얘기가 듣고 싶었다.
― 교인이 줄지 않을까요.
“줄어도 괜찮고요,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이미 너무 비대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본질에 충실해지면 교회가 건강해지고 하나님이 축복해 주실 겁니다.”
― 왜 그런 생각을 하셨나요.
“교회의 본질은 안 믿는 사람을 전도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의 경우 새로 온 성도 중 수평이동이 70∼80%에 이릅니다. 이는 교회공동체가 자라는 데 부담이 됩니다. 본의 아니게 작은 교회가 성장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고요. 언제까지 이렇게 끌고 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 지구촌교회 재정의 몇 %가 선교나 구제에 쓰입니까.
“저도 20%다 해서 목표도 세워봤는데 한참 하다보니 의미가 없더군요. 가령 ‘선교에 돈 이만큼 썼다’고 해도 ‘선교비’에 국내사역자 생활비까지 포함시키면 의미가 없고 정직하지 않은 것이지요. 그냥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지구촌교회는 ‘목장’(셀)이라는 소단위 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있기로 유명하다. 1598개의 장년 목장이 선교와 구제사업에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만 3000여 명이 선교와 각종 봉사활동에 나섰다.
보통 70세가 목회자의 정년. 정년이 다가올수록 이를 연장하고 싶은 것이 대형 교회 목회자들의 일반적 심리라지만 이 목사는 거꾸로 ‘조기 은퇴’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빨리 그만두려고 합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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