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죽음에 하늘도 땅도 울었다” 최익현 애도 가사 발견

  • 입력 2007년 1월 18일 03시 00분


조선 말기 대유학자 면암 최익현(1833∼1906) 선생이 순국한 지 100년 만에 당시 평범한 백성들이 면암을 애도하며 지은 가사(歌辭)가 처음 발견됐다.

일본 쓰시마 섬으로 끌려간 면암이 일제의 을사늑약에 단식으로 저항하다 순국한 이듬해인 1907년 1월. 그의 시신이 이송된 부산항에는 수많은 애도객이 모여 고인의 넋을 기렸으며 이어 면암의 충절을 애도하는 가사와 애도문이 전국에서 지어졌다. 그러나 매천 황현의 ‘곡면암선생(哭勉庵先生)’ 등 이름 난 학자의 애도문을 제외하고는 지금껏 전해 오는 가사가 없었다.

구사회(사진) 선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조선 말기의 문인 우고 이태로(1848∼1928)의 서책 ‘면암집초 부제가서(勉庵集抄 附諸家書)’에서 조충가(弔忠歌) 등 보통 사람들이 면암의 죽음을 애도하는 가사 7편을 발견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책은 을사늑약이 체결된 1905년 전후 면암의 상소문과 의병 궐기를 주창하는 격문 등을 우고가 모은 것이다.

기옥도란 사람이 지은 위도가(慰悼歌)도 이 중 하나다. 이 가사에는 끝까지 충의를 지킨 면암의 죽음에 오열하는 조선 백성의 안타까움이 잘 나타나 있다.

“거록하신 도덕(道德)이요 병병(炳炳)하신 충의(忠義)로다/창해만리(滄海萬里) 대마도(對馬島)에 불굴대의(不屈大義) ㅱ셨도다/사ㅱ마다 오열(嗚咽)ㅱ고 걸리걸리 곡성(哭聲)이라/(중략)/오호(嗚呼) 선생(先生) 가신 후에 대한사직(大韓社稷) 어이할고”(위도가 중 일부).

구 교수는 또 “우고의 문집 ‘우고선생유고(又顧先生遺稿)’의 초고본을 새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문집의 석판본(1949년 간행)은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새로 발견된 초고본에는 석판본에 없는 ‘농부가’도 담겨 있다. 우고의 농부가는 일제에 빼앗긴 국토를 되찾자는 내용. 구 교수는 “중농의식을 고취하는 대부분의 ‘농부가’와 달리 일제에 대한 강력한 저항의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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