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화 '시간'의 시사회에서 "(20만 명이 들지 않으면) 한국에서 다시 개봉하지 않겠다"던 김기덕(사진) 감독이 18일 그의 영화 '숨'의 촬영지인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제작보고회를 열고 이 영화를 배급사 스폰지를 통해 국내 개봉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민을 했는데 '시간'의 관객이 3만 명밖에 안됐지만 저예산 영화고 열악한 환경에서 한 거니까 나에겐 그 3만 명이 20만 명"이라며 "몇 안 되는 극장에 발품을 팔아 와 주신 분들이 최고 관객"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했던 말에 책임을 못 진다는 비난도 있겠지만 소중한 관객을 알게 됐다"며 "예술 영화가 사장되는 마당에 나까지 뒷걸음질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계속 이랬다 저랬다 한 게 아니라 딱 한 번 말을 바꾼 것"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저예산 영화의 어려움에 대해선 멀티플렉스나 와이드 릴리즈(대규모) 개봉 방식 때문이 아니며 터무니없이 오른 제작비가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가가 영화발전기금을 조성한다고 말이 많은데 나 같은 가난한 작업자에겐 정말 목마른 돈"이라며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14번째 영화인 '숨'은 여름쯤 개봉하며 자살을 시도한 사형수와 그를 사랑하게 되는 여성, 그리고 그의 남편 얘기로 대만 배우 장첸(張震)과 박지아, 하정우가 출연하며 투자 없이 김 감독 영화의 해외수익금 2억 5000만원으로 제작되고 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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