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김씨, 썩은 세도가냐? 진정한 사대부냐?

  • 입력 2007년 1월 19일 15시 54분


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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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역사에서 가장 문제적 가문을 꼽으라 하면 단연 안동 김씨가 꼽힐 것이다. 국사 교과서만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안동 김씨는 조선을 망친 세도정치의 본산으로만 기억된다. 그러나 조선후기 역사서를 읽다보면 안동 김씨야말로 '사대부의 나라' 조선의 자랑임을 발견하게 된다.

안동 김씨가 15명의 정승, 35명의 판서, 6명의 대제학, 3명의 왕비를 배출했던 것은 이른바 60년 세도정치 기간인 순조~철종 때에만 집중된 게 아니었다.

병자호란 때 손자를 껴안고 화약고에 불을 붙여 자결한 김상용과 목숨을 내놓은 단식투쟁으로 척화파의 상징이 된 김상헌 형제, 형제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영의정에 올랐던 김수흥 김수항 형제, 김수항의 아들로 다시 영의정의 반열에 올랐던 김창집을 필두로 조선 후기 정치와 학예를 지배했던 창(昌)자 돌림의 육형제, 개혁군주 정조가 가장 아낀 신하로 일찍부터 자신의 사돈으로 점지했던 김조순….

안동 김씨는 조선 개혁의 걸림돌로 낙인찍힌 노론의 중핵이었다. 그러나 벼슬길에 나아가선 강직과 청렴의 대명사였고, 산림(山林)에 은거할 때는 학문과 문장으로 손꼽혔다. 심지어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를 종식시킨 흥선대원군도 그 적통인 김병기를 두고 "아들을 낳으려면 김병기처럼 웅특(雄特)한 아들을 낳아야한다"고 평했을까.

안동 김씨 중에서 고려 시절부터 무관의 명문가였던 구 안동 김씨(현재 인구 42만여 명)와 조선중기 이후 문관의 명문가가 된 신 안동 김씨(4만8000여명)는 서로 혼인도 가능한 별개의 성이다. 이 책은 벼슬길에 나선 뒤 서울에 정착하면서 '장동 김씨'로 천하를 호령한 신 안동 김씨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인조 때 간신 김자점, 방랑시인 김삿갓, 개화당의 지도자 김옥균, 항일독립운동의 상징 김좌진과 김구 등 안동 김씨가 배출한 다양한 인물상을 보여준다.

배천 김씨인 저자는 '가문의 영광'에만 집착하는 문중 사학이 오히려 진짜 명문가의 진면목을 가리고 있다며 안동 김씨의 명과 암을 함께 조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의 인물에만 초점을 맞춰 19세기 정치 혼돈과 민생 파탄을 초래한 책임에 대한 구조적 비판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

조선명가 안동김씨

김병기 지음

234쪽·9900원·김영사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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