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유럽에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야구를 미국인들은 왜 열광하는 걸까?
A:그들의 무의식 속엔 ‘가정은 돌아오는 것’ 홈으로 돌아와야 점수를 얻는데 매력 느껴
이 책은 ‘취향과 욕망은 저마다 다르다’는 간단한 명제에서 출발한다. 왜 다를까. 저마다 문화와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우리의 무의식에 각인된다. 이것이 코드다.
코드는 무의식에 켜켜이 쌓여 우리를 우리답게 만든다. 코드가 다르면 같은 정보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다. 우리를 다르게 하는 힘의 근원을 좇는 것. 그것이 이 책의 전제다.
너무 당연한 논리인가. 그럼 이 이야기는 어떨까. 유럽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야구는 미국에서 최고 인기 스포츠다. 저자는 이 ‘다름’의 원천을 가정(home)에 대한 미국인의 코드에서 찾는다. 미국인들은 ‘home’이라는 단어를 보면 영어 접두사 ‘re-’를 떠올린다고 한다. 이들의 무의식에 가정은 ‘돌아오다’는 것이 박혀 있는 셈이다.
왜 그럴까.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온 미국 건국자들은 고향으로 되돌아갈 수 없었다. 이들은 신세계에서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다. 척박한 환경과 싸워야 했던 미국인들. 이들이 새로 꾸린 가정은 유럽에서보다 중요한 의미로 무의식에 남았다.
야구는 홈으로 돌아와야 점수를 얻는 경기다. 미국인에게 가장 보편적인 원형(原型)을 형상화한 스포츠가 사랑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이 책은 문화인류학서인가. 아니다. 삶과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는 마케팅 전략서다. ‘컬처 코드’의 매력은 문화적 경험이 다르면 코드도 다르다는 고리타분한 분석이 아니다. 생각지 못한 코드를 읽어내 기업의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문화인류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저자는 30년간 포천 100대 기업을 비롯해 세계적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 수립을 도왔다. 그의 비법은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말(言)의 내용보다 소비자의 욕망을 찾는 것. 욕망의 자물쇠를 풀기 위한 비밀번호가 이 책인 셈이다.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 대표적 사례다. 로레알은 프랑스에서 관능과 유혹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을 썼다. 반면 미국에서는 성(性)적인 분위기를 풍기지 않는 전략을 썼다.
저자는 미국인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인에게 유혹의 코드는 조종(manipulation)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미국 문화는 오래전부터 노골적인 성적 행동에 두려움을 보여 왔기 때문에 미국인 대부분은 유혹을 간섭으로 느낀다는 것. 로레알은 유혹에 대한 미국인의 부정적 감정을 피해 가는 마케팅 방식을 썼다.
품질과 완벽함에 대한 미국인의 코드도 흥미롭다. 답은 각각 ‘작동한다(It works)’와 ‘죽음(death)’이다. 이 코드를 무시한 채 일본 기업의 완벽한 품질관리만 좇은 미국 기업은 실패했다. 왜 그럴까.
신세계에 도착한 미국의 건국자들은 모든 것을 시행착오를 통해 배웠다. 도전하고 실수하면서 배우는 게 미국인의 무의식에 있는 원형이라는 것. 그들은 완벽한 제품보다 신속한 애프터서비스를 높게 평가한다.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특별한 장점 없이도 값싼 제품과 10년간의 무상수리 전략을 내세워 성공했다”고 칭찬하는 것도 눈에 띈다.
이 밖에도 미국인에게 화장지의 코드가 ‘독립(independence)’이라는 점을 찾아낸 뒤 화장실을 철저한 사생활의 공간으로 만들어 성공한 리츠 칼튼의 전략이 흥미롭게 이어진다.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왜 다르게 행동하는지 보여 주겠다는 저자의 의도와 달리 미국 문화의 코드를 해독하는 데 내용의 대부분을 할애한 점이 아쉽다. 원제 ‘The culture code’(2006년).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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