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쓰던 의자는 왜 새로 칠해?”
“아기가 태어나면 주려고 그러지.”
“아기 준다고? 그래도 그건 내 의자잖아. 내가 쓰던 침대도, 그것도 새로 칠할 거야? 내가 쓰던 장난감들도 다! 나한테는 한 번도 안 물어보고.”
올리버는 화가 난다. 나도 다 계획이 있는데. 의자는 우주선 발사대로 쓸 건데. 침대는 내 동물(인형)들이 살 우린데…
슬슬 자기 주장이 뚜렷해지는 4, 5세 무렵의 아이들은 제법 조리 있게 따질 줄도 안다. “내가 내 맘대로 엄마 침대나 흔들의자를 남한테 주면 엄마는 좋겠어?”
흔히 ‘미운 네 살’이라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아이가 정말 미운 짓만 골라 해서 미운 게 아니라 더는 어른 말을 고분고분하게 듣지 않기 때문에 미운 거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면 이해 못할 일이 없다.
그런 점에서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읽으면 좋을 만한, 같은 작가의 그림책 세 권이 한꺼번에 출간됐다. 모두 ‘미운 네 살’ 안팎 아이의 내면을 그렸다. 세 권 중에서 곧 태어날 아기 생각만 하는 엄마를 쓰레기통에 내다 버리겠다고 심술부리는 아이(‘엄마를 내다 버릴 테야’)와 갓 태어난 동생이 미워 다른 사람에게 줘버리려는 아이(‘내가 언제 동생 낳아 달랬어’)는 곧 동생을 갖게 될 아이에게 읽어 주면 좋을 만한 책. 갑자기 동생이 생기게 된 아이가 갖는 불안하고 속상한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준다.
어두운 밤길을 혼자 걷던 아이는 곰인형을 꼭 안아주며 속삭인다. “무서워하지 마. 내가 지켜줄게.” “걱정 마. 저건 쭈글쭈글 늙은 사자야. 틀림없이 이빨도 몽땅 빠졌고, 기운이 없어서 달리지도 못할 거야. 나는 바람처럼 달릴 수 있어.” “떨리냐고? 내가? 아냐, 그냥 열이 조금 나는 것 같아서 그래.” “다리가 후들거리네. 너한테 기대라고? 음, 고마워.”
아이의 심리 변화에 따라 점점 커지는 곰인형의 모습을 눈여겨보자.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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