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눈으로도 바라보라.”
구술문제가 궁금해하는 것은 바로 ‘내 생각’이다. 견해가 어떤지, 왜 그런지를 꼼꼼히 따지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나에게만 옳은 것은 설득력이 적다. 문제를 보는 다양한 관점을 고려할 것. 추가 질문의 화살표가 날아가는 방향이다.
내가 사는 일도 복잡한데 다른 관점을 따지기가 어디 쉬울까. 그래도 나 아닌 존재로 살아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굶주린 연극배우가 멋진 왕비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은 상상력 덕분이다. 익숙함을 잠시 괄호 안에 넣어두고 다른 문으로 드나들자.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앨리스의 여행 못지않은 모험 같은 세계를 내 삶에서 직접 확인하게 될 것이다.
먼저 인간 아닌 존재가 되어 움직여 보자. 인간은 3차원 세상에서 무게중심을 잡고 생활한다. 그러나 소금쟁이는 표면장력을 일으키는 물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소금쟁이에게 3차원의 세계(물속)는 죽음의 공간이다. 반면 대합조개의 세상은 요요처럼 위아래로 이루어져 있고, 짚신벌레는 둥근 공 속에서 밀려다니듯 차원도 방향도 알지 못한다. 우리 모두는 함께 있지만, 저마다 다른 공간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저마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반응하는 것은 동물마다 망막 세포의 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자는 인간만큼 주변을 보지만, 매는 8배 확대 쌍안경을 쓰고 세상을 본다. 개구리에게 손전등을 비추면 얼어붙은 듯 멈춰 있지만, 사실 개구리는 물체가 자기를 향해 움직일 때만 그것을 감지한다. 교통량을 측정하는 광전지의 원리가 개구리 덕분이라니 기계마저 반갑다.
시간을 인식하는 차이도 흥미롭다. 식물학자 린네는 규칙적으로 꽃을 피웠다가 오그리는 꽃을 관찰하여 꽃시계를 만들었다. 꽃잎을 보고 시간을 맞춰보면 인간의 시간만 늘 기준이 되란 법은 없지 않을까. 생활의 리듬도 그렇다. 우리의 1주일은 7일이지만, 나이지리아의 아피포크 사람들에게는 4일이다. 그들에게는 1개월이 7주가 된다. 어떤 것이 진짜 일주일인가. 진짜 일주일은 있는 것인가. 다른 리듬은 다른 삶을 만든다. 다양성과 관용의 가치가 새삼스럽다.
상상의 실험은 현미경과 망원경을 동시에 사용하는 법도 가르쳐 준다. 벌새의 날갯짓이나 춤추는 꿀벌은 인간의 명상처럼 시간을 늘려준다. 별의 탄생과 소멸을 관찰하면서 시간을 재어 보라. 우주시간으로 볼 때, 인간의 삶은 티끌보다 작다. 어떤 세계는 너무 느리고 어떤 세계는 너무 빠르다. 그 차이를 포착할 때, 다른 삶의 모습도 아름답다.
통합적 사고도 결국은 하나를 다양하게 볼 때 가능하다. 틀을 벗는 연극을 가까이 있는 생명들과 함께한다면, 더더욱 나의 생각도 풍성해지지 않겠는가.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철학·논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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