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청소년책]‘언니가 가출했다’&‘나는 아버지의 친척’

  • 입력 2007년 1월 20일 03시 45분


◇언니가 가출했다/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최정인 그림·한기상 옮김/174쪽·8000원·우리교육(중학생)

◇나는 아버지의 친척/남상순 지음/224쪽·8500원·사계절(고등학생)

사춘기는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시기다. 한 부모 가정이나 재혼 가정에서 사춘기 아이들은 더욱 심하게 성장통을 앓는다.

“아이가 아이답지 않아서 더 마음이 아프다”는 한 부모 가정의 엄마. “가족관계에서만큼은 아이들이 지독히도 보수성을 보인다”는 재혼 가정의 아빠. 그래서 그 아이들에게는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재혼 가정 속 사춘기 아이들의 방황을 그린 소설 두 편이 나란히 출간됐다.

독일권의 대표 작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언니가 가출했다’는 열다섯 소녀의 가출을 소재로 재혼가정의 갈등을 다룬다.

열세 살 에리카는 두 살 차인 언니 일제와 친할아버지집에서 살다 엄마의 집으로 간다. 정확히는 새 아빠의 집이다. 이 자매의 부모는 이혼 후 각각 재혼을 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새아빠와의 사이에서 동생 둘을 낳았다.

하지만 엄마는 자매에게 칭찬보다는 질책을 일삼고 사춘기에 접어든 일제는 반발한다. 이야기는 ‘언니는 집을 나갔고, 나는 언니가 다시 돌아오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에리카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사사건건 엄마와 부딪치던 일제 언니가 가출하자 엄마는 경찰서에 신고한다. 에리카도 엄마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여기에 에리카의 고민이 있다.

에리카가 주변 사람을 찾아다니면서 일제의 가출 이유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에리카는 일제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나갔다가 친구들과 놀다 늦게 돌아오고 일제처럼 거짓말을 하게 된다. 엄마는 일제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에리카의 따귀를 때린다.

일제의 행방을 알게 된 에리카는 친할머니에게 도움을 청한다. 할머니에게 “언니가 왜 집을 나갔고, 언니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엄마에게 얘기해 달라고 부탁한다. 할머니는 엄마에게 일제가 가출한 것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얘기한다.

엄마와 새아빠는 일제를 찾아 데리고 오지만 이들의 태도에서 변한 것은 없다. 일제 역시 “그 어떤 것도 더는 나를 붙잡지 못할 거야”라며 또다시 가출을 꿈꾼다. 이런 언니를 바라보는 에리카는 ‘불안(不安)’을 느끼고 독자도 몹시 씁쓸해진다.

‘오늘의 작가상’ 수상 작가 남상순이 쓴 ‘나는 아버지의 친척’은 열일곱 살 고교 1년생이 ‘아버지 가족의 일원’이 되는 과정을 담는다.

중학교 때 암으로 엄마가 돌아가신 뒤 외삼촌들 집을 전전했던 미용에게 갑자기 아버지와 새 가족이 나타난다. 미용이 아주 어릴 때 엄마와 이혼한 아버지는 자신보다 네 살 많은 아내와 미용과 동갑인 남자아이 민석과 함께 살고 있다.

민석은 미용과의 첫 대면에서 자신을 ‘윤준석’이라고 소개하며 아버지와의 애정을 과시한다. 자신의 이름은 이미용이고 아버지 이름은 이용경이 아닌가. 아버지는 한술 더 떠 준석에게 자신을 ‘외가 쪽 친척’이라고 설명한다.

전학 절차를 밟으러 아버지와 단둘이 새 학교에 가면서 미용은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 민석은 새엄마의 여동생 부부가 낳은 아이였다. 여동생 부부가 교통사고로 죽은 뒤 민석이를 입양하려는 아버지 부부에게 민석이의 할아버지는 아이의 성을 바꿀 수 없다고 버텼다. 결국 아버지는 민석에게만큼은 ‘이용경’이 아니라 ‘윤용경’이었다.

미용이는 자신이 친딸이라는 것을 준석에게 알려줌으로써 상처를 주기 위해 교묘하게 작전을 짜 실행하지만 준석은 그럴 때마다 전혀 다르게 대응한다. 아버지와 새엄마의 진심을 느끼면서 미용은 새 가족이 점차 친근하게 다가온다.

“핏줄로 맺어져 있으나 서로를 짐스러워하고 가족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여긴다면 더는 가족이 아닌 것입니다. 그렇습니다…가족이라고 마음먹으면 누구나 다 가족인 것입니다.”(작가의 말)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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