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불러 보는 록의 전설 ‘러브 him 텐더’

  • 입력 2007년 1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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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장인 김숙경(43·여) 씨의 휴대전화 통화 연결음은 몇 년 째 엘비스 프레슬리의 ‘키스 미 퀵’이다. 오늘도 그녀는 자신이 운영하는 엘비스 팬카페 ‘드리밍 엘비스’에 접속해 “8월에 미국 남부 멤피스 그레이스랜드(엘비스 생가)에 갈까?” “모창 대회는 어떻게 하지?” 등을 놓고 회원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녀는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LP가 닳도록 그의 음악을 들었지만 늘 부족하다”고 말했다.

#2 가수 남진(62)은 데뷔 4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를 꿈꾼다. 지난해 공연 때도 엘비스의 히트곡 ‘하운드 독’과 ‘러브 미 텐더’를 부른 그는 “엘비스의 음악을 듣고 가수의 꿈을 키웠다”며 “나와 같이 엘비스 음악에 빠졌던 10대들이 이제 중년이 돼 그를 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남부 멤피스의 전직 트럭 운전사가 이토록 ‘불멸’의 존재로 기억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1977년 8월 16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 끝나지 않은 로큰롤의 전설

매년 그의 생일(1월 8일)과 기일에 각종 추모 행사가 열리지만 올해는 30주기인 만큼 연초부터 심상치 않다. 1월 일본(9일)과 스페인(18일)을 시작으로 엘비스 모창대회가 열리는 등 전 세계적으로 추모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엘비스의 노래 24곡으로 만들어진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올 슉 업’이 30일부터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초연된다.

‘엘비스 전문가’로 통하는 경기 파주의 엘비스 기념관 ‘팔로 댓 드림’ 관장 이종진 씨는 엘비스가 사망한 8월 한 달에 집중적으로 추모행사를 갖기 위해 3월부터 엘비스 30주기 행사 준비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현재 이 씨는 엘비스가 생전에 타던 캐딜락 승용차 10여대를 미국에서 직접 공수해 캐딜락 전시회를 여는 한편 대규모 모창 대회와 오리지널 LP 전시회 개최도 계획중이다. 이 씨는 “동양 최대 규모의 추모 행사로 만들어 해외 관광객도 유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엘비스의 모든 판권을 담당하는 엘비스 프레슬리 엔터프라이즈(EPE)의 추모이벤트가 관심을 끈다. EPE는 1월 말 그의 25번째 라이브 콘서트 실황과 영화 모음집 DVD 출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무려 40개의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EPE는 7월에 엘비스를 모르는 10,20대를 위해 그의 얼굴을 새긴 땅콩크림과 바나나 통조림을 판매하고 그의 기일 주간인 8월 11~19일 후배 가수 20,30팀이 출연하는 대규모 엘비스 헌정 공연을 추진한다.

○ 그를 30년 동안 잊지 못하는 이유

1956년 데뷔한 엘비스는 나팔바지와 구레나룻 등 특유의 패션을 뽐내며 ‘러브 미 텐더’, ‘하운드 독’, ‘하트브레이크 호텔’, ‘돈트 비 크루얼’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무려 149곡의 빌보드 차트 히트곡과 ‘톱 10’ 히트곡만 38곡을 내는 등 그가 떠난 지 30년이 지나도록 ‘로큰롤의 황제’가 남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추모 열풍은 단지 이 때문만은 아니다.

가수 겸 DJ 배철수 씨는 “그는 오늘날 팝, 록 등 20세기 로큰롤 음악 역사의 시발점으로 ‘비틀스’ 멤버들조차 그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할 정도”라며 “백인이면서도 흑인의 감성까지 노래한 범인류적 뮤지션”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엘비스는 단순한 추억 상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히트곡 ‘어 리틀 레스 컨버세이션’이 댄스로 리믹스 돼 영국 싱글차트 1위에 오르거나 히트곡 모음집 ‘엘비스 30 #1 히트’가 15개국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그가 건재하다는 증거는 많다. 뮤지컬 ‘올 슉 업’에서 나탈리 역을 맡은 가수 이소은(25)은 “때론 직설적이고 마초적이지만 그의 음악에는 자유가 있고 구속으로부터 해방되길 바라는 저항 정신이 담겨 있다”며 “현재의 젊은이들에게도 공감을 살 만한 음악”이라고 말했다.

팝 칼럼리스트 임진모 씨는 “평범한 사람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인간승리’를 보여준 가수”라며 “그의 추모 열풍은 ‘제 2의 엘비스’가 나타나길 바라는 현대인들의 꿈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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