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소송’ 폐암 환자-가족들 졌다

  • 입력 2007년 1월 26일 03시 01분


7년 넘게 끌어 온 국내 첫 ‘담배 소송’ 1심에서 원고 측인 폐암 환자와 가족들이 졌다. 이번 판결 결과는 재판이 진행 중인 다른 담배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조경란)는 25일 폐암 환자 김모(외항선원·1999년 사망) 씨와 가족 등 5명이 “장기간의 흡연 때문에 폐암에 걸려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KT&G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김모(65·농업) 씨 등 31명이 같은 이유로 낸 소송에서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날 판결 직후 폐암 환자 측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혀 7년 4개월간 계속돼 온 담배 소송 공방은 2라운드로 이어지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폐암 환자들은 장기간 담배를 피웠다는 공통점이 있고 이들의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역학적 인과관계는 인정된다”며 “그렇지만 KT&G가 만들어 판매한 담배를 피웠기 때문에 폐암에 걸렸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KT&G 측이 담배의 유해성을 은폐하고 유해성 경고 의무를 위반했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KT&G는 1976년부터 담배에 경고 문구를 표시해 와 경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KT&G 측의 손을 들어 줬다.

재판부는 또 원고 측이 주장한 KT&G의 제조·설계·표시상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았고, 흡연과 폐암 발병 간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입증할 책임도 폐암 환자 측에 있다고 설명했다.

폐암 환자와 가족들은 1999년 9월과 12월 각각 1억 원과 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7년 넘게 소송을 진행해 왔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 배금자 변호사는 “흡연이 폐암 발병의 주요 원인임을 인정하면서 담배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윤모 씨 등 4명이 2004년 12월, 임모 씨 등 2명이 2005년 5월 낸 2건의 담배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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