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차려 먹기는 귀찮고, 그렇다고 매일 사 먹는 것은 지겹고….’ 학교 인근에서 혼자 자취하는 대학생과 오피스텔에 사는 싱글 직장인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영화관람, 운동, 여행 등 웬만한 것은 혼자 해도 불편하지 않지만 요리만큼은 쉽지 않은 나홀로족. 하루 세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아침을 굶기 일쑤다. 기껏해야 계란빵 토스트 샌드위치 등 길거리 음식으로 때운다. 점심과 저녁은 구내식당이나 외식. 이래서는 영양 불균형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몇 분간 끓이거나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요리 제품이 많이 나와 있지만 금방 입에 물린다. 직접 요리할 생각을 해 보지만 조리법도 모르고 무엇보다 칼을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인터넷 ‘풀빵닷컴’(www5.pullbbang.com)에서 연재하는 ‘더블피의 뚝딱쿠킹’은 싱글을 위한 요리를 귀여운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한다. 재료 값도 500∼6000원 사이로 아주 저렴하다. 대부분은 3000원 안팎. 나물닷컴(www.namool.com)에는 주방 청소법이나 음식 보관법 등 유용한 정보가 많다. 수십 년째 ‘싱글’ 나홀로족으로 살고 있는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의 박희돈(45) 주방장은 “집에 있는 재료와 도구를 잘만 활용하면 한끼 식사로 거뜬하면서도 영양이 듬뿍 담긴 초스피드 간편 요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주방장이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홀로족의, 나홀로족에 의한, 나홀로족을 위한’ 음식 조리법을 공개했다.
글=이호갑 기자 gdt@donga.com
사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왕초보용 자몽을 곁들인 꼬마 주먹김밥
①자몽에 꿀을 발라 프라이팬에 약한 불로 5분 정도 굽는다. ②당근, 양파를 잘게 다져 프라이팬에 익을 때까지 볶는다. ③밥에 볶은 야채, 참기름, 참깨, 소금을 약간씩 넣고 한입 크기로 만든 뒤 김 가루에 굴린다. ④접시에 보기 좋게 담는다. 구운 자몽은 디저트.
☞팁=주먹밥을 김 가루에 굴리기 전에 냉동실에서 얼린 후 전자레인지로 1분간 조리한다. 따뜻한 밥을 김 가루에 굴리면 바삭바삭한 주먹김밥을 맛볼 수 있다. 냉동실에 밥을 넣을 때는 밥을 완전히 식힌 후 넣어야 한다.
요리왕용 토마토 김치 파스타
①통조림 토마토를 거칠게 다진다. 통조림 캔에 있는 주스는 버리지 말고 농도를 맞출 때 쓴다. ②잘 익은 토마토를 뜨거운 물에 30초 이내로 데쳐 찬물에 살짝 담근 후 껍질과 토마토 씨를 제거하고 다진다. ③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잘게 다진 양파와 마늘을 갈색이 날 때까지 볶는다. 여기에 미리 다져놓은 잘 익은 토마토를 넣고 볶는다. ④팬에 거칠게 다진 통조림 토마토를 넣고 바질이나 파슬리 등 허브를 넣는다. 약간의 설탕을 넣으면 신맛이 줄어든다. ⑤160도로 달군 오븐에 ④를 넣고 20∼30분 익혀 토마토소스를 만든다. 오븐이 없으면 팬에서 20∼30분 더 끓인다. ⑥다른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른 뒤 잘게 썬 김치를 넣고 볶는다. 여기에 화이트 와인을 약간 넣으면 좋다. 취향에 따라 햄 소시지 베이컨 조개 새우 등을 추가해도 괜찮다. ⑦토마토소스를 ⑥에 뿌리고 삶은 파스타를 담은 뒤 파메산 치즈와 소금, 후추로 마무리한다. ⑧실온에서 녹인 버터와 다진 마늘, 소금, 후추를 섞은 후 버터 색깔이 노란색에서 하얀색으로 가까워질 때까지 거품기를 돌려 버터소스를 만든다. 바게트 빵 위에 버터소스를 발라 약한 불에 굽는다.
☞팁=파스타는 미리 삶아 식힌 후 1인분씩 랩으로 싸 냉동시켰다가 먹을 때마다 전자레인지에 1분간 조리해서 먹는다. 쫄깃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소스도 1인분씩 냉동보관이 가능하다. 마늘빵도 냉동고에 넣어두었다가 필요할 때 팬에 구워 먹으면 좋다. 버터소스를 하얀색이 날 때까지 거품기로 저어 놓으면 빵에 버터를 발라 구웠을 때 빵이 눅눅해지지 않고 바삭바삭한 마늘빵이 된다. 버터소스가 없을 때는 올리브유를 써도 무방하다. 단, 빵을 팬에 구울 때 센 불에 구우면 안 된다.
■꼭 챙겨야 할 ‘나홀로족 요리’ 팁 5가지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박희돈 주방장이 ‘나홀로족’이 챙겨두면 좋은 요리 팁 5가지를 제공했다.
[1] 기본적인 식재료를 갖추자=간장, 소금, 참기름, 고추장 등 기본적인 양념과 양파, 마늘, 감자와 같은 기본 야채는 있어야 한다.
[2] 재료와 도구가 간편해야 한다=프라이팬과 전자레인지, 믹서만 있어도 웬만한 요리는 가능하다.
[3] 보관이 쉬워야 한다=남은 찌개나 음식을 지퍼락이나 뚜껑이 있는 1인용 플라스틱 보관 그릇에 담아 얼려 두면 필요할 때마다 끓이거나 데워 먹을 수 있다. 밥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다. 미리 2∼3인용을 한꺼번에 지은 다음 밥을 일회용 비닐 용기에 적당량씩 넣어 냉동실에 얼려둔다. 집에서 밥을 먹고 싶을 때 냉동실에서 꺼내 전자레인지로 해동한 후 다시 1분 정도 조리하면 끝. 금방 지은 것처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진 밥을 먹을 수 있다.
[4] 같은 재료로 여러 번 해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기나 생선을 사면 1인분씩 위생비닐에 담아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나중에 필요할 때 한 봉지씩 녹여 요리하면 된다. 덩어리째 붙은 삼겹살, 목살, 생선을 얼렸다가 다시 녹이는 과정을 반복하면 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귀찮아서 요리를 포기하게 된다.
[5] 혼자 먹더라도 예쁘게 먹는다=음식을 접시에 담아낼 때 색의 조화만 잘 맞춰도 훨씬 먹음직하다. 특히 접시의 중간 부분에 입체감 있게 담아내면 더욱 보기 좋다. 고기나 생선 등 더운 음식을 담을 때도 접시 한 부분에 신선한 샐러드나 허브를 곁들이면 요리가 한껏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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